60대 이상 문인 절반 이상 차지…저연령층 줄고 고연령층 늘어
생계 직결 경제적 문제 걸림돌…활동·소통 수도권 쏠림 영향도
신인 발굴 지역문단 의지 중요…창작물 가치 인정 인식도 필요

경남 문단이 고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타 장르와 비교해 60대 이상 문인이 많고 청년 작가가 부족한 '역피라미드 구조'를 보인다. 문단 고령화 문제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여느 지역이든 발생한다. 하지만 지역 사회와 도내 문단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돌파하기는커녕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

◇60대 이상 비율 가장 높아 =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을 받은 사람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받는다. 6월 20일 기준으로 경남의 예술활동증명 완료자는 총 5855명이다. 분야별로 보면 미술 1724명, 음악 1240명, 문학 746명, 국악 430명, 연극 426명, 무용 364명, 복수 246명, 사진 205명, 연예 201명, 영화 181명, 만화 87명, 건축 5명 순이다.

문학 분야는 다른 장르와 비교해 고령화 양상을 보였다. 총 12개 장르 중 문학은 60대 이상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총 746명 중 절반 이상인 56.3%가 60대 이상이었다. 이어 사진(55.1%), 미술(37.2%), 무용(35.4%), 국악(27.9%) 순으로 60대 이상 비율이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문학 분야는 60대(34.7%)가 25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25.2%(188명), 70대 14.8%(110명), 30대 8.7%(65명), 80대 6.8%(51명), 40대 6.6%(49명), 20대 3.2%(24명) 순이었다.

경남 문단 고령화는 50대가 넘는 경남문학상 신인상 수상자 연령, 만 60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경남 올해의 젊은작가상 연령을 봐도 알 수 있다.

◇사회적 구조·기회 부족 = 젊은 작가층이 얇은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명의 문인에게 물었고 가장 많이 꼽는 이유는 생계와 직결되는 '경제적 문제'다. 글로만 먹고 사는 전업 작가는 상위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재성(34) 시인은 젊은 세대가 처한 '사회적 구조'를 언급했다. 이 시인은 "대학생의 경우 문학을 하는 것보다 자격증 취득 등 스펙 쌓기가 우선시되고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상황에서 (문학에 대한) 자신의 뜻을 펼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달님(33) 작가는 '기회와 네트워킹 부족'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김 작가는 "독자를 만나거나 책과 관련된 활동이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땐 창원에 살고 있기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일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또 출판업 관계자, 작가 대부분이 서울에 있어 그들과 네트워킹을 하기 어렵고 가끔은 혼자 뚝 떨어진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은퇴 후 글을 쓰며 제2의 인생을 펼치는 중장년층은 많아지는 추세다. 급기야 등단 후 문단의 원로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70대 문인은 "고령 등단자의 경우 등단 연도, 글쓰기 실력을 무시하고 연령대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혹자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문단계를 꼬집었다.

◇문학판 노블레스 오블리주 필요 = 문단의 고령화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세월의 무게가 주는 묵직함과 단단함, 경험과 연륜이 묻어나는 글과 시각이 독자나 후배 작가에게 귀감이 된다. 하지만 문단계 저연령층이 줄고 고연령층이 늘어나는 '역피라미드 구조'는 다시금 생각해볼 문제다.

정일근(63) 경남대 청년작가아카데미 원장은 "세대교체, 순환되지 않는 역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앞에는 벽, 뒤에는 경제적 문제로 옆으로 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신인을 발굴하겠다는 지역 사회, 지역 문단의 의지가 필요하다"며 "선배들이 동인지 등을 만들어 신인을 발굴, 성장하는 길을 열어주거나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창작물의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고도 원고료를 받지 못한 경우가 35.8%로 나타났다. 원고료 대신 계간지 구독권, 커피 쿠폰을 주거나 심지어 원고료를 주지 않는 곳도 있다.

이 시인은 "유명 작가나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면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만 그 외에는 사전에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음원 저작권처럼 문학작품 저작권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달균(64) 경남문인협회장은 도내 청년문학이 없다는 점을 인지하며 "젊은 청년과 기존 제도권 문학의 격을 타파하고 청년문학상, 모임을 만드는 등 우리 스스로 문을 열어주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