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이 장 점막에 붙어 대량의 독소 생산
혈성 설사·경련성 복통이 특징적 증상
합병증으로 용혈성요독증후군 되기도
갈린 육류는 72℃ 이상서 최소 1분 가열
어린이 등 밖에서 돌아오면 손 씻기를

요즘처럼 더운 날 건강을 생각한다면 먹는 것만큼 조심해야 할 게 더 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정확하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배탈 설사도 잦아지는 계절이다. 특히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급식은 싱싱하고 문제없는 것들로 제대로 나오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달 초순 전남 나주어린이집에서 집단 식중독 사건이 있었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경기 안산에서 집단 감염이 생긴 것도 6월이었다. 통계를 보면, 이 질병은 6, 7월 집중적으로 일어나며 9월까지 많이 발생한다. 원인이 무엇일까, 또 어떤 증상이 일어나며 치료는 또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소화기 내과 김희진 교수를 만나 물어보았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은 오염된 음식을 통해 감염된다고 들었는데, 특히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고온 다습한 날씨 때문에 일반적으로 세균 번식 속도가 빠릅니다. 특히, 장출혈성대장균은 증식 속도가 매우 빠르고 수십 개의 적은 양으로도 식중독, 장염과 같은 인체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장출혈성대장균이라는 균에 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대장균은 사람과 동물의 장에 항상 존재합니다. 일반 대장균은 장내에서 섬유소를 분해해주고 비타민 합성을 돕고 다른 유해 세균이 대장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 이로운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일부 균주는 독성 인자가 있어 식중독 등을 일으킵니다. 이들을 병원성 대장균이라고 합니다. 병원성 대장균은 발병 특성에 따라 장출혈성(enterohemorrhagic)대장균, 장독소형(enterotoxigenic)대장균, 장침입성(enteroinvasive)대장균 등 여러 가지로 분류됩니다. 장출혈성대장균은 장점막 부착성을 가지며, 장관 상피세포에 벽돌처럼 쌓여 대량의 독소를 생산합니다."

-검색해보니 장출혈성대장균 관련해서 O157이라는 용어가 나오던데, 정확히 이게 뭔가요?

"장출혈성대장균은 균의 표면 항체 성분이 조금씩 다른데 발견된 순서에 따라 번호가 붙여져 있는데, O157은 157번째 발견된 장출혈성 대장균이란 뜻입니다. 대장균을 혈청형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데, 혈청형은 O항원과 H항원에 의해 분류됩니다. O항원은 균체의 세포벽 성분인 당분자(lipopolysaccharide)의 종류와 배열 방법에 따른 분류로 지금까지 발견된 것이 173여 종이며, H 항원은 균체의 편모에 있는 아미노산의 조성과 배열 방법에 따른 분류로 60여 종이 있습니다. 따라서 O항원과 H항원을 조합하여 계산하면 2000여 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흔한 혈청혈이 O157:H7입니다."

▲ 김희진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br /><br /> /정현수 기자
▲ 김희진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 /정현수 기자

-'햄버거병'이라는 말도 있더군요. 원인균이 소한테만 있는 게 아닐 텐데, 우리 주변에 원인균이 있을 만한 곳은 어떤 곳일까요?

"원인균은 소가 가장 중요한 병원소이지만 양이나 염소, 돼지, 개, 닭 등에서도 발견됩니다. 주로 소의 장내에 존재할 수 있는데 도축이나 가공 과장에서 오염된 쇠고기를 충분한 온도로 가열하지 않고 조리할 때 균이 죽지 않고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지요. 장출혈성대장균장염은 대부분 소고기로 가공된 음식물에 의해 발생하며, 집단 발생은 조리가 충분하지 않은 햄버거 섭취로 인한 경우가 많아 햄버거병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햄버거병이라는 명칭은 장출혈성대장균장염의 합병증의 하나인 용혈성요독증후군을 말하는 것이나 용혈성요독증후군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이질균, 살모넬라균 등 다른 병원체, 약물, 유전적 요인, 암, 자가면역질환 등) 햄버거병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주된 전파 경로는 완전히 익히지 않은 갈린 소고기이나 그 이외에도 오염된 채소, 멸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우유 등에 의해서도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요. 기타 물, 동물과 직접 접촉하는 동물원에서도 발생하며, 대변으로 나온 균이 위생상태가 불량한 경우에는 사람간 전파를 통해서도 전파되는데 특히 밀집된 환경에서 이차 감염이 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람 간 접촉을 통한 감염은 손을 통한 것이 가장 유력할 텐데, 손에서도 오랫동안 사나 봐요.

"대변으로 나온 균이 위생상태가 불량한 경우에는 사람 간 전파를 통해서도 감염되는데 100개 이하의 적은 숫자만 몸에 침입해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장독성대장균이나 콜레라는 오염된 음식을 통해 10만 개 이상의 세균이 몸에 들어와야 발병하지요."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3~8일의 잠복기(평균 3~4일)를 거친 후 급성 수양성, 혈성 설사와 심한 경련성 복통, 그 외 오심, 구토를 호소하며 발열이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 설사는 혈액이 나오지 않는 경증에서부터 다량의 혈액이 나오는 상태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합병증으로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 신장 기능 부전, 중추신경계 증상을 포함하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배탈 설사는 장출혈성대장균 말고도 여러 원인이 있을 텐데, 이게 장출성대장균 감염이라고 판단할 특징이 있을까요?

"식중독은 대부분 증상이 거의 비슷하기에 단순히 증상만으로 원인균을 알 수 없습니다. 혈성 설사와 경련성 복통이 특징적 증상이나, 피가 섞이지 않은 설사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아무 증상 없이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경과가 중한 경우나 유행병으로 발생하는 경우 분변검사나 분변배양검사, 혈액배양검사 등과 함께 역학조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용혈성요독으로 합병증이 생기면 더 위험하다던데 좀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장출혈성대장균이 분비하는 독소가 혈류를 타고 혈관 내피세포를 침범하여 발생하는데 전체 환자의 약 10%에서 발생하며 5세 미만 소아와 노인에서 흔합니다. 장출혈성대장균이 적혈구를 파괴해 빈혈, 혈소판 감소 증상이 나타나고 장출혈성대장균에 의해 손상된 적혈구가 콩팥에 찌꺼기처럼 끼면 콩팥 기능까지 손상됩니다. 콩팥 기능 손상이 심하면 영구적으로 회복이 안 돼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설사 후 2~14일(평균 6일, 최대 3주)에 발병합니다. 65세 이상 노인 환자에게서 용혈성요독증이 생기면 치사율이 40% 이상입니다."

-지사제나 소염제를 쓰면 오히려 더 나빠진다던데, 그러면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대개 5~10일이면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됩니다. 감염된 환자는 격리 치료해야 합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나 출혈성 설사를 치료할 때 항생제를 사용하면 장출혈성 대장균이 시가 독소의 합성 및 배출을 증가시켜 질병 상태가 더 심각해지므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장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설사는 탈수를 교정해주는 대증 치료만 해주면 보통 10일 이내에 회복됩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으로 진행되면 수혈이나 투석 등의 대증 치료를 시행합니다."

-증상이 어느 정도면 병원을 찾아야 할까요?

"혈성 설사가 있거나 심한 경련성 복통이 있는 경우는 이 질병을 의심해야 합니다. 설사가 1~2일 지나도 멈추지 않을 때, 복통과 구토가 심할 때, 열이 많을 때,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는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소변량이 감소하거나 무기력감, 의식 변화가 있으면 빨리 병원에 내원해야 합니다."

-감염을 예방할 방법, 즉 예방수칙이 많을 것 같은데 손씻기, 흐르는 물에 식재료 씻기 등등 외에 특히 일반인이 잘 모르는 항목이 있을까요?

"갈린 육류는 중심 온도 72℃ 이상에서 최소 1분 이상 가열한 뒤 섭취합니다. 익힌 음식과 익히지 않은 재료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채소와 과일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껍질은 될 수 있으면 벗겨서 먹습니다. 채소도 가능하면 익혀 먹습니다. 날것으로 먹을 때는 흐르는 물로 3번 이상 씻거나 소독한 뒤 먹어야 합니다. 멸균되지 않은 우유나 주스는 피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균에 오염된 손을 통해 감염될 수 있으므로, 놀이터 등에서 놀고 온 뒤에는 꼭 손을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식사 전후 및 화장실 이용 후에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합니다. 확진자나 병원체 보유자가 화장실 사용 후 변기 뚜껑을 덮지 않고 물을 내리면 화장실 전체를 오염시켜 다른 사람이 감염될 수 있으므로 평소 '변기 뚜껑 덮고 물 내리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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