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시내버스 기사 1인 시위
업체 자체 충전설비 태부족
제때 충전 못해 결행 등 우려
주행거리 긴 간선 운행 지적도

창원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전기버스 충전설비 확충·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창원시청 앞에서 50여 일째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일부 버스 회사들이 보조금을 받고 전기버스를 사들이면서도 충전설비 확충에는 인색해 시민·운전기사 피해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창원시에 따르면 창원 시내버스 763대 중 전기버스는 132대다. 9개 시내버스 회사별로 많게는 45대, 적게는 2대의 전기버스를 보유하고 있다. 1인 시위 중인 ㄱ 씨가 속한 회사도 전기버스 12대를 운행 중이다.

문제는 전기버스를 늘리면서도 충전설비 구축은 외면한다는 점이다.

창원 내 전기버스 충전설비는 차고지·종점지역 회차지 등 8개소 57기다. 이 중 20기는 창원시가 설치한 공영충전설비다. 각 회사 소유 충전설비는 37기에 불과한 상황인데, 그마저도 4개 회사만이 충전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나머지 5개 회사는 전기버스 2대~17대를 운행하면서도 자체 충전설비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저상 전기버스 기준, 대당 4억 원가량 하는 전기버스는 구매 때 국비·시비를 합쳐 3억 원을 지원받는다. 버스회사는 1억 원만 내면 전기버스를 들이는 셈인데, 그 과정에서 '자체 충전설비 구축' 등의 의무 규정은 없다.

ㄱ 씨는 "회사 자체 충전시설이 부족해 다른 회사 충전기를 빌려썼다. 그마저도 밤 10시 이후에는 자회사 전기버스 충전 우선·직원 퇴근 등으로 사용이 어려웠다"며 "어쩔 수 없이 공영충전설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데, 여러 업체가 몰리다 보니 1시간씩 기다릴 때도 있다. 그만큼 퇴근 시간은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칭원의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창원시청 앞에서 '전기버스 충전설비 확충·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 칭원의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창원시청 앞에서 '전기버스 충전설비 확충·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이어 "충전을 제때 하지 못하면 결행·지연 출발로 이어졌다. 피해는 기사와 시민에게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ㄱ 씨는 배터리 용량이 적은 버스의 '간선 운행'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최대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버스는 기본적으로 지선을 운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일부 회사는 간선에 투입시켰다. 에어컨·히터를 틀지 않고 운행하는 문제, 충전에 쫓겨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 지연출발 문제 등이 불거진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ㄱ 씨는 전기버스 구매 대수당 충전설비 설치 의무화, 전기버스 배터리 용량 최소 200㎾급 이상 교체, 전기버스 간선 투입 금지, 창원시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버스회사 측은 "비용이 부담되거나 장소 제약으로 자체 충전설비 설치를 꺼리기도 한다"며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용 충전시설을 확보해야 하고 정상적인 충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데, 일부 회사는 충전설비 임대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운수업계 종사자는 "공영충전설비는 옛 창원지역에 밀집돼 있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업체들은 자체 충전설비 구축에 이렇다 할 의지도 없다"고 꼬집었다.

창원시는 "올해 초 전기버스가 30대가량 늘면서 충전설비 부족 문제가 일부 불거졌다"며 "하반기 공영충전설비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 회사에는 전기버스 간선 운행 자제도 요청했다. 관리·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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