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주인공 되어 색다른 활약
인간과의 관계 비춘 역사책도 눈길
9세기쯤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행운의 동물에서 저주 상징 되기도

아이들 아빠가 퇴근해 집으로 들어서면 유일하게 반기는 쪽은 아내도 아니요, 아이들도 아니요, 오직 강아지란 말이 있다. 뭐 지금도 그 말은 유효한 것 같다. 솔직히 아이들 아빠의 자업자득이라 생각하지만, 뭐 어쨌든 개는 의리가 좀 있는 것 같은데 고양이는 대개 그렇지 않다. 함께 사는 인간이 들어오든 말든 나가든 말든 자기 앞에 음식 갖다 바치고 잠자리를 마련해주면 가서 대접을 받아주면 그뿐이니까. 고양이의 시선에서 보면 인간은 그저 자기의 안녕을 위해 존재하는 집사일 뿐이다.

고양이는 이 지구상에서 점점 대단한 존재로 부각하는 중이다.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온갖 서적에서 주인공으로 뜨고 있다. 최근에 나온 책 중에 3권을 골라봤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 소설 <문명>, 박정안의 동화 <지구는 고양이들이 지킨다>, 그리고 바다루의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이 책들을 통해 문학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활약상과 실제 고양이가 역사 속에서 어떤 존재로 여겨졌는지를 간단하게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 〈문명〉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 소설 <문명> = 베르나르는 고양이와 함께 산다. 그래서인지 고양이가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고양이>라는 소설도 있다. 이번 신간 <문명> 1, 2권도 고양이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주인공 고양이 이름은 바스테트다. 바스테트에겐 나탈리라는 인간 집사가 있다. 소설은 바스테트 시점으로 진행된다.

세상은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또한 테러와 전쟁으로 황폐해졌다. 이러한 상황에 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고양이들에게도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바스테트는 결심한다. "완벽하게 글을 읽게 되면, 그다음에는… 글을 써 볼 거야! 모름지기 꿈은 크게 꿔야 하는 법이니까. 허황된 꿈이라고? 두고 봐. 그런 날이 꼭 올 테니까." 바스테트는 인간들이 모여 사는 오르세대학에서 제3의 눈을 가지는 수술을 받는다. 제3의 눈에는 USB를 꽂고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어 인간의 각종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고 인간과 소통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쥐들의 습격으로 고양이들이 처참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바스테트는 인간의 문명을 지키기 위해 쥐의 왕 티모르와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티모르 역시 바스테트와 같은 실험동물이다. 역사와 심리학, 생물학,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의 지식을 쥐로부터 지켜내고 새로운 고양이 문명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열린책들. 1권 336쪽, 2권 352쪽. 1만 4800원.

▲ 〈지구는 고양이들이 지킨다〉박정안 지음

◇박정안의 동화 <지구는 고양이들이 지킨다> = 이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 고양이의 이름은 슈슈다. 슈슈는 고양이 결사대의 일원으로 신입이며 막내다. 고양이 결사대의 목적은 개로행성인들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것이다. 미래의 지구는 빌딩과 아파트로 채워져 있고 인간들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지구에 먼저 손길을 내민 건 개로행성인들이다. 이들에겐 희한한 식물이 있다. 씨를 뿌리면 일주일 만에 열매가 열리고 하나만 먹어도 이틀 동안 배가 고프지 않다. 이 슈퍼 곡물의 씨앗을 인간에게 주는 대신 조건이 붙었다. 바로 지구상에 있는 모든 동물을 보이지 않게 하라는 것.

인간들은 동물 대부분을 동물원에 잡아넣지만 고양이 결사대 때문에 차질을 빚는다. 고양이를 돕는 조력자도 있어서 고양이들이 비밀장소에서 생활하게 되지만 슈슈가 규정을 어기고 약을 구하러 나갔다가 포획팀에 붙잡히는 바람에 비밀장소가 발각될 위기에 처한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들은 인간들이 개로행성인들의 계략에 꼼짝없이 걸려든 것을 알게 된다. 과연 슈슈와 고양이 결사대는 개로행성인들의 지구 점령 계략을 물리치고 동물원에 갇힌 모든 동물이 풀려나게 할 수 있을까. 씨드북. 104쪽. 1만 2000원.

▲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바다루 지음

◇바다루의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 빙하기를 거쳐 방랑하던 고양이들은 기원전 7500년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지중해 동쪽 키프로스섬의 당시 만든 무덤에서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 매장됐다. 이게 가장 오래된 '고양이와 인간'이라고 한다. 기원전 1500년 이집트 사람들은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무덤 벽화에 인간이 준 생선을 먹는 고양이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집트에선 고양이의 위신이 대단했다. 사자 머리를 한 위엄의 여신은 후에 바스테트라고 불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스테트는 사람의 출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신으로, 나아가 풍요와 사랑, 기쁨의 여신으로 격상됐다.

고양이가 한국에 온 것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9세기쯤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본다. 장보고에 의해 일본으로 다시 넘어갔고 그에 관한 기록이 889년 일본 왕의 일기에서 나온다. 한국 땅에서 고양이는 다양한 활약을 펼친다. 목은 이색의 사랑을 받기도 하고 비단 방석에 앉아 생활하기도 하고 행운을 부르는 동물로 추앙받기도 한다. 하지만 저주의 상징으로 지목되면서 흑역사를 겪기도 한다. 고양이는 문학과 예술의 주인공으로 종종 등극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이어진다. 서해문집. 350쪽. 1만 5000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