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총 8억 1600만 원 깎여
중견 행사도 탈락·폐지 위기
예술단체 "일방 결정 폭력적"

문화예술계 울분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8일 정부 예산 삭감에 따라 각종 축제가 축소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전국 문화예술인들은 '예술창작정책살리기비상회의(이하 비상회의)'를 구성해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23일 경남연극협회도 공식 입장문을 내고 창작지원 축소에 우려를 표했다.

◇꿈나무 무대이자 대표 축제 사라질 위기 = 당장 8월로 예정된 25회 전국청소년연극제가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7000만 원 예산서 올해 0원으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지역 예선에 해당하는 경남청소년연극제도 지난 2~8일 열렸다. 올해 최우수상은 거제고가 출품한 <진흙 속의 보석>에 돌아갔으며, 이들은 8월 충남 공주에서 열릴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지역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예년 같으면 참가팀이 창작·준비 지원금 형태로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올해는 불투명해졌다.

▲ 올해로 25회를 맞는 전국청소년연극제가 올해 8월 개막을 앞두고 국비가 전액 삭감됐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24회 전국청소년 연극제 폐막식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 올해로 25회를 맞는 전국청소년연극제가 올해 8월 개막을 앞두고 국비가 전액 삭감됐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24회 전국청소년 연극제 폐막식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공교롭게도 지역 예선전이 곳곳에서 열리던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대한민국공연예술제' 공모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응모한 108건 중 장르대표 3건을 제외하고 총 41건이 선정됐다. 분야별로 연극 31건 중 9건, 무용 19건 중 14건, 음악 27건 중 8건, 전통 26건 중 9건, 다원 7건 중 4건이 예산 지원을 받는다. 예산은 연극&뮤지컬·무용·음악·전통·다원 5개 분야에서 총 8억 1600만 원이 삭감됐다.

그중에는 예산 전액이 날아간 축제도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제29회 젊은연극제, 제25회 전국청소년연극제, 제15회 대학로소극장축제, 제3회 대한민국극작엑스포가 해당한다. 최소 3년 이상 길게는 30년 가까이 대표축제로 자리했지만 3000만~7000만 원 정도 지원받던 예산마저 0원이 된 것이다. 그외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3억 5000만 원 전액 삭감됐고,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가 1억 3900만 원 삭감됐다.

앞서 예술위 발표 이후 5개 단체 대표로 구성된 비상회의를 16일 발족했다. 한국연극협회·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한국소극장협회·한국극작가협회·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주축이 됐다.

비상회의는 이번 파장이 예술위 측에서 예측 가능한 일이었음에도 '폭탄 돌리기' 하듯이 문제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공연예술제를 포함한 보조사업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감축 기조가 지속해 왔음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기획재정부 설득에 실패했다는 무기력한 답변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예술인 창작지원 축소…정책 기조 바뀌어야" =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문화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8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예술 가치 중심의 창작 지원'을 꼽은 점을 소환했다. 갈수록 예술창작 환경이 퇴보하고 있는 점을 돌아봐야 할 때라고 성명서에 담았다. 문화·체육·관광 예산 8조 5000억 원 중에 민간예술단체나 개인을 지원하는 예산은 700억 원 그 중에서 창작 예산은 500억 원에 그치고 있다고 봤다.

문제는 예산삭감은 앞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기획재정부가 3년 이상 된 축제는 지원이 불필요하다고 지적해 왔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은 축제예산의 지속 삭감 배경에는 선심성·소비성 행사로 인식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23일 (사)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이하 경남연극협회)도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고능석 경남지회장은 "예술위와 문체부는 예술인들을 전혀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예산을 축소하거나 삭감하려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이 폭력적이다"고 밝혔다.

이어 "25년이나 지속했던 전국청소년연극제다. 정부가 청소년들의 꿈을 짓밟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 기조가 결국 각 지방정부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쳐 오면서 문화예술인들은 설 곳을 잃어가며 지워진 존재가 됐다. 예산 삭감은 쉬워도 다시 회복하는 길은 어렵다는 것을 문화예술인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23일 비상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관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은 "21일 성명서 발표 이후 문화예술단체들이 함께 연명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속속 합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사무총장은 "국가 전체 예산 중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1.25%에 불과하고 여기엔 관광·콘텐츠 영역까지 다 포함된 규모"라며 "촛불정부 예술정책 기조에 대해 다시 원점에서 검토하고 당사자들 목소리를 반영하는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비상회의는 앞으로 예술창작지원 회복과 예술정책 기조 전면 개편을 위한 문화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인들이 구축해온 플랫폼을 일방적으로 깨트리는 행위를 손 놓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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