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때문에 생긴 비극의 대표적인 예로 흔히 셰익스피어의 희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로미오를 향하여 절규하면서 물었던 명대사가 있습니다. "이름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 '이름에 들어 있는 것' 그건 참 중요한 명제입니다. 한 개인의 정체성 표현인 이름이야말로 개인사, 사회사가 함께 담긴 자존적 아이덴티티가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 앞에 쓰이는 아호(雅號) 역시 소중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한 예로 '백범(白凡) 김구'가 전범적 예증입니다. '백범' 그 호칭만으로도 극존대적 표상으로 느껍게 닿아 옵니다. 반면 을사오적의 이완용이 아호 '일당(一堂)'으로 호칭되진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서양 속담 말마따나 '명예와 거울은 입김만으로도 흐려진다'는 이치 때문입니다. 문득 늘 말썽 인물인 일해(日海) 전두환이 생각납니다. 아호값과는 천리만리로 멀고 먼.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

그것의 상징인 '일해(日海)'

그런 해처럼 찬란하게

비춰준 게 뭐란 말인가

사실상

해 모독한 주제에

뻔뻔하기조차 하다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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