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교통량·소음 증가 우려…시, 도로 확장·개선 추진 약속
주차장 터 확보 통도사와 협의…공중화장실 설치 장소 검토도

양산시가 하북면 주민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사저 건립에 따른 지역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일권 시장은 사저가 들어서는 평산마을을 비롯해 지산·서리·지내·대원 지산리 5개 마을 주민 대표, 하북면주민자치위원회 등 20여 명과 간담회를 23일 열었다. 지난달 공사 재개 이후 처음 열린 간담회에는 청와대 경호처, 통도사 관계자도 함께했다. 앞서 사저 건립을 두고 찬반 갈등을 빚은 것과 달리 간담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이날 참석 주민은 조용한 시골마을에 사저가 들어오면서 예상되는 소음·방문객·교통량 증가 등으로 말미암아 일상에 미칠 변화를 여전히 우려했다. 이에 따라 도로·보행로, 주차장, 공중화장실 등 마을기반시설 확충 계획에 대한 관심이 컸다.

사저로 가려면 거쳐야 하는 관문인 서리·대원마을 주민은 현재 좁고 위험한 도로를 확장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통도환타지아∼지산마을 구간 도시계획도로를 너비 13m 규모로 개설하는 계획을 설명하고, 통행량 증가에 따른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 통도환타지아 사업주인 동일리조트가 기부채납을 미뤄온 도로 역시 현재 설계용역을 마치고 너비 12m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마을 한가운데 사저가 들어서는 평산마을은 차량 교행이 어려운 마을 안길을 확장, 통도사와 경계를 구분하는 철책 철거 등을 건의했다.

▲ 양산 평산마을 대통령 사저 경호동 공사 재개 후 처음으로 23일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건의사항을 말하고 있다 . /이현희 기자
▲ 양산 평산마을 대통령 사저 경호동 공사 재개 후 처음으로 23일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건의사항을 말하고 있다 . /이현희 기자

김 시장은 현재 농어촌도로인 마을 안길을 장기적으로 도시계획도로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우선 주민 안전을 고려한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미관을 해치는 삭막한 철책 대신 덕수궁 돌담길과 같은 형태로 지역특성을 살려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해 통도사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공통 관심사인 주차장 확보 문제는 우선 통도사 산문주차장과 통도환타지아 주차장을 활용하면서 마을버스를 증편 운행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한, 사저 인근 도립공원구역을 제외한 통도사 부지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방안도 통도사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 주민이 건의해온 평산마을 입구 근처 사유지를 사들여 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지산마을은 기존 등산객이 사용하는 마을 공용화장실 대신 늘어나는 방문객에 맞춰 공중화장실 확보 필요성을 강조해 우선 일자리사업 등을 통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공중화장실 설치 위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김 시장은 사저가 들어서는 지산리뿐만 아니라 하북면 전체 발전 방향에 대해서 신평시장을 중심으로 현재 추진하는 하북면소재지정비사업,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등과 함께 신평지구 도시재생뉴딜사업 추진을 통해 사저와 관계없이 낙후한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주민 협조를 구했다.

통도사 역시 '상생'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주민 건의 대부분 통도사 협조 없이 이뤄지기 쉽지 않은 가운데 적극적인 협력으로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다.

사회국장 성오 스님은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사찰인 통도사는 주민과 대립각을 만들지 않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사저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갈등을 봉합하고 지역사회와 상생·공생하는 역할을 다하고자 최대한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주영 경호처지원단장은 "오늘 회의에 참석한 것은 주민과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시와 통도사, 주민 모두가 참석한 회의가 더욱 공신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막걸리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주민으로 이곳에 오겠다는 대통령의 진정성이 통하도록 앞으로도 더 주민에게 가까이 다가설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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