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서부해역 관할 광범위
겨울 수중 생존 시간 '45분'
현장 도달 시간 단축 시급
해경청 사천서 신설 촉구

경남 서부 지역 해상 치안 서비스 불균형에 따른 사천해양경찰서 신설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사천·남해·하동 등 서남해안 치안 수요는 날로 느는데, 통영해양경찰서 한 곳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천을 중심으로 치안 공백 등을 우려하며 해양경찰서 신설 목소리가 잇따르는 이유다. 정부가 사천해경서 신설을 검토하는 가운데 지역 주민 바람대로 새로운 해경서 설치로 이어질지 눈길을 끈다.

◇관할 넓고 업무 많고 = 23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통영해양경찰서가 경남 중부·서부 해역 치안 유지와 안전 관리 업무 등을 전담한다. 경찰서 위치는 경남 중부(통영)인데, 서부 해역까지 담당하는 까닭에 관할 구역이 광범위하고 업무량도 상대적으로 많다.

전국에는 중부·서해·남해·동해·제주지방해양경찰청 등 지방청 5곳과 해양경찰서 19곳이 있다. 담당 사무는 바다 안전 관리, 해상 교통질서 확립, 치안 질서 유지, 해양오염 방제 등이다.

이 가운데 통영해양경찰서는 해안선 거리와 섬·항만·어항·다중 이용 선박·해수욕장 수를 고려한 업무량이 전국 해양경찰서 평균을 훨씬 웃돈다.

▲ 통영해경이 해상에서 선박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통영해양경찰서
▲ 통영해경이 해상에서 선박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통영해양경찰서

실제 통영서 관할 내 안전·치안 관리 요소를 보면 해안선 거리 2188㎞, 섬 489개, 항만(무역·연안항) 7개, 어항(국가·지방 등) 520개, 다중 이용 선박(여객선·유선 등) 1122척, 해수욕장 25개로 전국 해경서 평균(해안선 거리 759㎞·섬 170개·항만 3개·어항 120개·선박 268척·해수욕장 14개)보다 최소 1.8배에서 최대 4.3배 많다.

특히 비교적 최근에 신설된 해경서인 보령서(2014년)·부안서(2016년)·울진서(2017년)와 비교하면 업무 통솔 범위나 치안 수요가 적게는 2.4배에서 많게는 12.1배까지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안전·치안 관리 실적은 더욱 도드라진다. 통영서는 최근 3년(2018~2020년) 평균 조난 사고 313건·연안 사고 56건을 처리하고 각종 범죄 3777건을 단속했다. 해양 오염에도 17차례 대응했다.

같은 기간 신설 해경서 3곳은 조난 사고 100건·연안 사고 20건 안팎을 처리했다. 범죄 단속은 울진서가 2000건을 웃돌았으나 보령서와 부안서는 500건을 밑돌았다. 해양 오염 대응 건수는 3곳 모두 5건 이하였다.

◇치안·안전 수요 급증 = 경남 서부 해역(사천·남해·하동)은 남해안 최대 어장으로 꼽힌다. 게다가 한려해상국립공원(거제~여수) 등으로 치안·안전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 해역에는 국가 어항 4개를 비롯해 170여 개 어항이 흩어져 있고, 남해안 어업 중심지여서 등록된 어선만 4400여 척에 달한다.

항해하는 선박도 많다. 한 해 화물선 2500여 척이 무역항인 삼천포항과 하동항을 드나든다. 또한, 해역 내 통항 특별 관리 선박이 5만 7000척에 이르는 고밀집·고위험 해역이다.

지난 3월 삼천포항과 제주항을 오가는 2만 500t급 카페리(오션 비스타 제주호)가 취항한 데다 4월에는 사천바다케이블카 누적 탑승객이 200만 명을 넘는 등 치안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경남 서부 해역을 전담할 해경서가 없어 촘촘한 해양 안전망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게 해경 측 진단이다. 현 상황에서는 해양 치안·안전 사각지대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현장 대응 시간 단축 필요 = 이런 배경에서 해경은 사천서를 신설해 해양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 대응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지금은 경남 서부 해역에서 선박 전복 사고가 발생하면 여수나 통영에서 구조대가 출동하는데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최대 1시간가량 걸린다. 선박 전복 사고는 함정·파출소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잠수 전문 훈련을 거친 구조대 역량이 필요해서다.

우리나라 겨울철 바닷물 온도는 1~2℃까지 떨어진다. 국제수색구조 매뉴얼상 이런 상황에서 생존 시간은 길어야 45분이다. 구조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생사가 갈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천에 해경서를 신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경은 현장 대응에 걸리는 시간을 1시간대에서 30분대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해경서 신설에 따른 지역 밀착형 조직 기반을 구축해 사고 예방과 재난 대비 역량을 강화할 수 있고, 원거리 민원 불편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해경청이 사천서를 신설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경청 관계자는 "본청 지휘부를 비롯해 내부적으로 사천서 신설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관심을 두고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와 관련해 사천서 신설 계획안을 검토 중이다. 이후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과 국회 심의를 통과하면 신설 계획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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