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박길수 '일상을 채록하다'
갤러리 거제 기획전 8월 1일까지

그가 그린 거제는 다르다. 오직 자기 잣대로만 작업하는 원로작가 박길수(83) 씨는 거제 화단에서 지역 풍경을 화폭에 담는 화가다.

통영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거제로 이주해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한 그는 온종일 물감이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고 붓을 놓지 않는다. 좋은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붓질하고 또 붓질한다. 여든을 넘긴 그지만, 여전히 작업에 대한 열정이 크다. 호기심 많고 그리고 싶은 게 많던 젊은 시절처럼, 계속해서 캐묻고 캔버스 앞에 앉아 그만의 작품세계를 펼쳐놓는다.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에 있는 미술전시관 '갤러리 거제'가 지역 원로작가를 소개하는 성격의 기획전시를 차려 그를 초대했다. 지난 15일 시작된 '일상을 채록하다'전이다. 전시는 거제면 명진리 가을 들녘 어딘가에서 이웃 남성들이 낫으로 한 줌씩 벼를 베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나, 한복을 입고 상투를 틀어 갓을 쓰고 양반다리를 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옛 거제지역 풍경을 일러준다. 농번기가 끝나고 멍석 위에 둘러앉아 새끼를 꼬고 있는 노인들이 막걸리를 한잔 걸치면서 손으로 안주를 집어 먹고 있는 그림은 노동에 전념하는 농부들을, 거제 바닷가와 거제현 관아 대문 그림은 지역 향토색이 묻어나는 거제 일대 모습을 보여준다.

199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회화 33점이 전시장에 나왔다. 그중 갤러리에 걸린 2003년 작 '작업선'은 바다를 배경으로 어선 한 척이 정박해 둥둥 떠 있는 단면을 잡아낸 작품이다. 18년 전 만난 거제 풍경을 기억해뒀다가, 어선 한 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대 모습을 화폭에 빚어냈다. 또 다른 벽면에 있는 '거제면 풍경'(사진)이란 이름의 작품은 산꼭대기에서 거제면을 조망한 듯한 모습이 드러난다. 작가가 아카이브에서 꺼내온 2007년 작품으로, 풍경과 산물들을 다채롭게 꾸려 전해준다.

함께 걸린 그의 작품들은 전시장 1층(115㎡)과 지하 1층(66㎡) 전시실에 나와 있다. 작가는 화면에 직접 관찰한 거제도의 자연 등을 사실적으로 빚어냈다. "고요한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채록한 작품이 걸린 전시"라고 말하는 갤러리 거제는 이번 작품전을 두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박길수 작가가 화가의 길로 들어선 청년 시절부터 천착해온 평생의 그림 작업을 정리하고 우리 지역의 풍경 대표작품을 소개하는 회고전입니다. 농어촌 풍경화와 정물화 등을 엄선했습니다. 작가님이 이번 전시가 마지막 전시가 될지도 모른다면서, 매일같이 갤러리로 출근해서 관람객을 맞고 계십니다. 전시를 통해 박길수 작가만이 보여주는 향토색 짙은 예술혼이 고스란히 채색되기를 바랍니다." 8월 1일까지. 갤러리 거제(055-634-1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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