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에게 설탕 먹이는 '사양 꿀' 대량생산 가능…영양은 부족
천연으로 속이거나 섞어 팔아…도내 천연 꿀 양봉 수익 악화

"천연이랍시고 사양 꿀을 섞거나 사양 꿀을 팔아도 맛으로는 분간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시간 들여 남에서 북으로 이동 양봉하는 천연 꿀 판매자들은 뭐가 됩니까."

도내에서 수십 년간 양봉업을 해 온 ㄱ 씨는 사양 꿀과 천연 꿀을 섞어 판매하거나 수입 사양 꿀을 천연 꿀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일부 농가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양 꿀은 벌에게 설탕을 먹여 꿀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채취한 꿀이다. 생산비가 적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미노산 등 영양성분은 천연 꿀에 한참 모자란다.

ㄱ 씨는 "1되에 1만 5000∼3만 원에 판매하는 천연꿀은 사양 꿀이거나 사양 꿀을 일부 섞은 제품이라고 의심해도 된다"며 "천연 꿀은 꿀통을 싣고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든다. 남의 땅을 빌려 양봉하면 임대료까지 드는데 현실적으로 나올 수 없는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양봉업계는 한국양봉협회 양봉산물연구소에서 천연 꿀 검사를 받을 수 있으나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시일이 걸리고 비용이 드는 점 등을 지적했다.

양봉업자 ㄴ 씨는 "천연 꿀 검사를 통해 인증마크를 달 수 있는데 필수 사항이 아닌 데다 차이를 모르는 소비자도 있다"며 "검사 기간도 수십 일 걸리고 협회 회원이 아니면 검사 비용도 비싸다"고 말했다.

수입 꿀이 늘고 불법 유통 등으로 천연 꿀 농가의 입지가 줄어들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사양 꿀을 판매할 때 사양 꿀 여부와 사양 꿀의 정의를 상품 겉면에 기재하도록 개정한 바 있다. '식품 등의 표시 기준' 행정규칙을 보면 사양벌꿀 또는 사양벌집꿀은 주 표시면에 12포인트 이상의 활자로 '이 제품은 꿀벌을 기르는 과정에서 꿀벌이 설탕을 먹고 저장하여 생산한 사양벌꿀 또는 사양벌집꿀입니다'라고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여전히 헷갈리는 표기를 활용하고 있었다.

제품 사진에는 '사양 벌꿀'로 표기돼 있는데 온라인몰 페이지 제목에는 '사양 아카시아 벌꿀'로 표기돼 소비자가 아카시아 벌꿀로 오인할 수도 있는 상품, 제품 상세 페이지에 사양 꿀에 대한 설명 없이 '100% 국내산 사양 꿀' 로 적은 상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업계는 저렴한 수입 꿀이 시중에 풀리면서 국산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일부 양심 없는 업자들이 사양 꿀 부정 유통 등에 발을 들였다고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농식품수출정보에서 최근 3년 꿀 수입량을 보면 2019년 772.5t, 2020년 1128.5t, 2021년 1~4월 391.6t으로 증가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9년 낸 보고서를 보면 FTA 체결 등 수입 개방 영향으로 꿀의 수입량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증가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 꿀 생산량은 감소세다. 2014년(2만 4614t), 2015년(2만 3777t), 2016년(1만 4416t), 2017년(1만 5092t), 2018년(9685t) 등 해마다 생산량이 줄고 있다.

창원에서 양봉업을 하는 ㄷ 씨는 "온라인몰을 운영하면서 소비자에게 천연 꿀과 사양 꿀 차이점 홍보는 물론 공정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비 심리에 매출 상황은 좋지 않다"며 "농촌진흥청에서 1시간 내 사양 꿀 판별 검사법을 지난해 개발했는데 판별 검사 상용화, 전 상품 의무 검사 등이 활성화돼 상품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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