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규정 강화로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13일부터 시행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안전모 착용을 위반하면 범칙금 2만 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안전모 착용이 정착되지 않아 공유형 킥보드 매출 감소 현상으로 이어지자 일부 업체가 '최고속도 하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17·18일 공유형 킥보드 이용자가 많은 창원대와 경남대 앞에서 만난 이용자 가운데 안전모를 쓴 사람은 드물었다.

이날 창원대 교정에 주차된 킥보드 몇 대에 공용 안전모가 걸려있었지만, 교문을 오가는 킥보드 이용자 열댓 명 가운데 안전모를 쓴 사람은 1명만 볼 수 있었다. 

경남대에서도 대부분 킥보드에 안전모가 걸려 있었다. 업체 측 우려와 달리 분실률이 높아 보이지 않았지만, 직접 쓰고 타는 사람은 역시 10명 중 1명꼴이었다.

ㄱ(25·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씨는 "규제 강화 취지에 공감하고, 개인 안전모도 샀지만 너무 불편해 집에 놔두고 다닌다"라며 "비가 와서 공용 안전모가 젖으면 누구라도 사용을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20·스포츠과학과) 씨는 "귀찮지만 법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안전모를 쓰는 사람이 있지만, 손잡이에 안전모를 걸친 채로 타는 학생들도 많다"라면서 "아예 땅바닥에 내려놓고 타는 사람도 많은지 바닥에 안전모가 굴러다니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17일 차원대 정문 앞에 주차된 공유형 킥보드. 비치된 공유 안전모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창우 기자
17일 차원대 정문 앞에 주차된 공유형 킥보드. 비치된 공유 안전모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창우 기자

실제로 안전모 착용 문화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킥보드 이용자 1697명을 대상으로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유형 킥보드 안전모 착용률은 안전규제 강화 전 0.4%, 강화 후 2.9%에 그쳤다.

이처럼 법 개정 이후 일부 공유형 킥보드 업체는 매출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제도 정착이 쉽지 않다며 대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창원시내 공용킥보드 대여 업체 6곳 중 한 곳인 머케인메이트 관계자는 "이용을 아예 포기한 사람들이 많은 반면, 남은 고객 중 안전모를 쓰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오히려 땅에 내팽개친 안전모에 보행자가 걸려 넘어지거나 도로로 구르는 등 관련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머케인메이트·라임코리아 등 공유형 킥보드 5개 업체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각 지자체에 입장문을 내고 자전거도로에서 안전모 착용 단속을 완화하는 대신 현행 최고속도를 시속 25㎞에서 15~20㎞로 줄이는 방향을 고려해 달라고 제안했다. 안전모 착용이 의무지만 범칙금 부과 규정은 없는 자전거와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이들은 "강제 단속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것일 뿐 안전모 착용 문화 확대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최고속도 하향은 사고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으면서 보행자 안전, 산업 생생태계 활성화까지 꾀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라임코리아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자동차 위주로 짜여 모두에게 위험한 도로 환경"이라며 "주요 선진국처럼 자전거도로 중심으로 교통 환경을 재구성하는 장기적 계획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