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이어 침샘암 치료 중
병원에서도 글감 찾고 메모
"세상 떠날 때까지 글 쓸 것"

지난해 뇌경색에 이어 희귀암에 걸린 이홍식(67) 수필가가 힘든 상황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 많은 이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수필가는 60살이 되던 2014년 <문예감성>, <한국수필>을 통해 늦깎이로 등단했다.

남들보다 뒤늦게 문학계에 발을 내디뎠지만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글을 썼다. <마음의 여행>, <사람과 사람들>, <아내와 나>를 출간했고 지역 신문과 경남문인협회 다음카페에 왕성하게 글을 썼다.

이 수필가는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뇌경색이 회복될 때쯤 15만 명 중에 한두 명이 걸린다는 침샘에 생기는 암에 걸렸다"며 "서울에서 수술을 한 뒤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현재는 자가 치료 중이다"고 밝혔다.

이 수필가는 병원에 있으면서도 틈틈이 머릿속에 글감을 저장했고 스마트폰에 메모를 했다. 경남문인협회 다음카페에 글을 꾸준히 올렸다.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 병상에서 느꼈던 점, 중졸 학력에 대한 응어리를 드러냈다.

▲ 이홍식 수필가.  /이홍식
▲ 이홍식 수필가. /이홍식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너그럽고 약한 법이지만 몸에 병이 찾아왔을 때는 강해져야 한다. 만약, 약해진다면 이길 수 있는 병도 못 이기게 된다. 기억하자. 헤밍웨이는 '사람은 부서진 곳에서 강해진다'고 했다."('어느 수필가의 숨겨진 슬픔' 중)

"오랜 시간 내 학력의 콤플렉스를 마치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달고 살았다. 이제는 떼버려야 한다. 나의 이런 비밀은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죽지 않은 다음에야 적당히 피해갈 수가 없다. 그리고 이젠 이런 나에게 믿을 것이 있다면 '망가질 때 망가지지 않은 사람은 이미 망가진 사람'이라던 황동규 시인의 말처럼 더는 잃을 게 없다는 배짱이 생겼다. 내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 아픔을 선선히 받아들일 수 있다. 돌아보면 나에게 이것은 아픔이나 부끄러움이라기보다는 숨겨진 슬픔이었다."('어느 수필가의 숨겨진 슬픔2' 중)

"나는 삶의 길 위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수필을 쓰며 나를 위무했다. 글쓰기에는 그런 치유의 힘이 있었다. 수필은 개인의 고독 속에서 발아되고 잉태되는 생명이다."('나는 수필가로소이다' 중)

이 수필가에게 글쓰기를 놓지 않은 이유를 물으니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등단한 이후부터 난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글을 쓸 것이라고 독자와 약속했고 나 스스로 약속했고 다른 문인에게도 약속을 했다"며 "옆에서 저를 지켜준 아내와 빨리 회복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병의 고통과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수필가에게 아프기 전과 후 글쓰기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느냐고 물으니 그는 "장난스럽게, 대충대충 하는 마음이 사라졌다"며 "좀 더 진심으로, 좀 더 절실하게 나를 위해서 독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수필가는 지난해 예상치 못한 거칠고 높은 파도와 같은 큰 병을 두 개나 겪었다. 그는 뇌경색과 희귀암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일어서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위기를 넘겼다.

이 수필가는 "세상에 가장 어려운 상대는 자신이고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것 또한 나 자신이다"며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지라는 생각을 하면 다시 일어설 용기가 생긴다"고 병마와 싸우는 이에게 긍정의 힘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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