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마련된 지 일 년이 조금 지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제도가 공무원들의 기피 대상이 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아동학대의 범죄 등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아동학대 사건 전담 공무원을 둬야 한다. 전담 공무원은 현장 출동, 조사, 보호대상아동의 격리, 보호조처, 사후관리, 법원 심리과정에서 보조인 자격 부여 등 아동학대 사건 전반에 걸쳐 개입하고 관리한다. 정부는 2023년 9월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 일을 전담공무원으로 완전히 옮길 계획이다.

현재 도내 18개 시군은 모두 전담공무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전체 숫자는 37명으로, 6개 시에 2명 이상이 있을 뿐 12개 시군은 각 1명뿐이다. 늘어나는 아동학대 사건 건수나 심각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원 수로, 전담공무원의 업무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전담공무원들은 업무 과잉에 아동학대 사건의 특성상 일과 후나 늦은 시간에 현장 조사를 나가는 일이 잦은 것도 큰 부담이라고 한다. 또 사회복지사 자격만 있으면 전담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것도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아동학대 사건을 맡기에는 부족한 처사다. 전담공무원 제도가 이 같은 난맥상을 보이는 것은 아직은 제도 시행 초기인 점, 정부와 지자체가 준비가 미약한 채 제도부터 도입한 것 등이 원인이다. 현행법은 전담공무원 자격만 정했지 나머지 임용 등은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

공무원 전담제도는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겨졌던 사건 업무를 지자체가 전담하게 하는 등 공적 역할의 강화라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근본적인 방향이 옳음에도 구체적인 내용에서 보완하지 않으면 취지를 거스르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담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지자체가 아동학대 문제 전문가를 영입해 특별채용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수 있다. 경남도나 도의회는 조례 제정으로 전담 공무원 보강이나 각별한 처우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좋은 취지로 도입한 제도가 하나마나한 제도로 둔갑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 능력,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