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부품 제조업체 인권 침해
올 2월 노조 설립 후에야 폐지
사측 "불이익 준 적은 없었다"

함안에 있는 부품 제조업체인 '씨에스베어링'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서약을 직원들에게 요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이하 경남지부)는 회사 조치에 무조건 순응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이 업체 서약서를 확보해 18일 공개했다.

서약서에는 '상사의 업무상 명령·지시에 순종하겠음', '전근·전입·출장·기타에 관한 귀사 명령에 대하여는 절대 불평함이 없이 순종하겠음', '귀사의 취업 규칙 사항 등을 위반 시에는 귀사가 결정한 어떠한 조치에도 무조건 순응하겠음'과 같은 조항이 포함돼 있다. '수습 기간 중 본인의 실무 수습 상황과 소질을 감안해 회사에서 사퇴를 권고할 경우에는 무조건 즉시 사퇴하겠음', '타인 급여를 알려고 하지 않겠음'이라는 조항도 있다.

또 다른 '비밀유지 서약서'에는 '퇴직 후 최소 5년간은 당사의 경쟁업체나 경쟁을 하려고 하는 업체에 취업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업체는 2016년부터 올해 2월까지 신입(수습) 사원이 입사할 때 서약을 받았다. 서약서에는 전체 직원 130여 명 중 70여 명이 서명했으며, 당시 직원들은 불이익 등을 우려해 서명을 거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확보한 씨에스베어링 서약서. /금속노조
▲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확보한 씨에스베어링 서약서. /금속노조

이러한 서약서 작성은 올해 2월 회사에 경남지부 산하 노조(분회)가 설립돼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라졌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회사 명령에 대한 복종·특근 강요 등 불이익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의 일방적 근무 교대조 변경에도 불만 제기를 못 했고, 야간-야간 근무명령 등 괴롭힘도 있었다"며 "특근을 나가지 않으면 다음날 조회시간 등 모든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특근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이렇다 할 특허권도 없는 일반적인 제조업체인데도 5년간 동종업계 취업 제한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애초 직원들도 서약서 작성 때 동의했으며, 불이익을 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회사 창립 과정에서 모기업에 있던 서류 일부를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관례대로 이어져 왔으나 최근 불합리함이 지적돼 없앴다"며 "2월 이후부터는 서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이 같은 서약이 민법·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원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 자유와 노동권,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면 이는 민법 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 볼 수 있다"며 "순종·복종·즉시 사직 등 문구는 근로기준법 제7조(강제근로의 금지), 제23조(해고 등의 제한)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서약 내용 등은) 노동자를 동등한 시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일어나는 갑질이자, 시대착오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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