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업계 정책 바뀌었지만 업주·소비자 몰라 불만 쇄도…"피해 없도록 적극 홍보 필요"

창원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ㄱ 씨는 최근 황당한 배달앱 후기를 봤다.

주문자가 일회용 수저를 받지 않기로 체크했는데 ㄱ 씨 가게에 전화해 '왜 수저를 안 줬냐'며 화를 내고 후기 별점(만점 5점)을 1점만 준 것이다. ㄱ 씨는 "주문자가 요청한 대로 일회용 수저를 제공하지 않은 것뿐인데 본인의 실수를 가게 탓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은 지난 4월 환경의 날을 맞아 6월 1일부터 배달을 시킬 때 일회용 수저 등을 요청해야만 제공하기로 했다. 배달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배달앱 업계의 정책이다.

실제로 배달의민족 앱 결제 화면을 보면 기존엔 '일회용 수저, 포크 넣어주세요'가 기본으로 체크돼 있었는데 6월 1일부터는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가 기본으로 체크돼 있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일회용 수저가 필요할 경우 일회용 수저를 달라고 따로 체크해야 한다.

자영업자, 소비자는 일회용 수저 요청 여부가 달라졌다는 것을 몰랐다는 반응이다.

ㄱ 씨는 "정책이 바뀐지 몰랐다. 소비자 입장도 이해가 된다"며 "배달앱이 사전 공지했으나 업체와 소비자 사이 갈등을 일으킨 것 같아 원망스러웠다"고 밝혔다.

▲ 지난 1일 배달앱 정책 변경으로 수저 관련 불만이 제기되자 대안으로 메뉴 선택에 필수 체크 항목으로 '수저, 포크 주세요'를 넣은 자영업자의 주문 영수증. <br /><br />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 지난 1일 배달앱 정책 변경으로 수저 관련 불만이 제기되자 대안으로 메뉴 선택에 필수 체크 항목으로 '수저, 포크 주세요'를 넣은 자영업자의 주문 영수증.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거주하는 소비자 ㄴ 씨도 "최근 주문할 때 뭔가 요청사항이 하나 더 추가돼 바뀐 점을 알아차렸다"며 "밖에서 주문할 때 깜빡하고 수저 요청에 체크 하지 않으면 먹기가 난감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 이전 방식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예견된 갈등이었다는 설명이다. 포털 네이버의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자영업자들의 반응을 보면 홍보가 부족하면 각종 불만이 쇄도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

실제로 6월 1일 이후 온라인 카페에는 △일회용 수저 달라는 내용을 빠뜨렸다고 주문 취소하고 다시 주문 △수저 안 줬다고 소비자가 후기 별점 테러 △혹시나 해서 일회용 수저 챙겨줬는데 일회용 수저 주지 말라고 했는데 챙겨줬다고 소비자가 후기 별점 테러 등의 사연이 빗발쳤다.

배달앱에서 후기 별점은 경쟁력, 매출과 직결된다. 별점이 배달앱 상위 노출과 관련 있기 때문인데, 배달앱에 '별점 높은 순'으로 정렬하는 기능이 있어 평점이 낮은 업체는 상대적으로 노출 빈도가 줄어들고 그만큼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배달앱 입점 자영업자들은 갈등 방지 대책으로 메뉴 옵션에 수저 제공 여부를 체크하지 않으면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게 하거나, 앱 공지사항에 일회용 수저를 달라고 해야만 제공한다고 확실히 적어두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자영업자 ㄱ 씨는 "자영업자, 소비자들이 바뀐 정책에 헷갈리는 일이 발생하나 환경을 위한 조치인 만큼 변경된 정책을 잘 숙지해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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