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매출서 주류 비중 커
휴식시간 보장·추가 수입 기대
만만치 않은 가격·구비 부담도
디지털 취약층 고객 이탈 현상
미성년자 구매·범죄 악용 우려

주류 자판기가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도내 업계는 기대와 걱정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주류 자판기는 규제 샌드박스(일정기간 신제품·서비스에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일반음식점에 설치, 판매가 허용됐다. 국세청도 올해 초 유흥음식업장 내 성인인증장치를 갖춘 주류 자동판매기에 제한해 운영을 허용했다.

유통업계는 그간 무인으로는 판매할 수 없던 주류 추가 판로 확보를 위해 투자에 나섰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샌드박스 승인으로 전국 편의점, 슈퍼 50곳에 주류 자판기를 설치하고 추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GS25도 이달 말부터 일부 야간 무인 매장에서 무인 주류 자동판매기를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

도내 영세 규모 동네마트와 무인상점 업주 등 소상공인들은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류를 무인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수열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공동회장은 "매출에 큰 보탬이 되는 주류를 무인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면 휴식시간은 물론 추가수입도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GS25에서 시험 도입을 추진 중인 무인 주류자판기. /GS리테일
▲ GS25에서 시험 도입을 추진 중인 무인 주류자판기. /GS리테일

다만 가격 문제, 범죄 악용 우려, 기존 소비자들도 버거워하는 무인 결제 체계에 성인인증 절차가 추가되면 디지털에 취약한 잠재적 소비자가 주류를 구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한 주류 자판기 개발사는 자판기 가격을 700만∼800만 원가량으로 예상했는데 도내 소상공인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반응이다.

경남 스마트슈퍼 1호점을 운영하는 조선문 씨는 "자판기 가격이 정부 지원으로 스마트슈퍼로 단장하는 데 드는 비용과 비슷한 금액"이라며 "스마트슈퍼 지원사업처럼 지원금이 나오지 않으면 선뜻 손이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년자가 성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주류를 구매하는 방법 등으로 안전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술, 담배 구매를 시도하러 오는 청소년들이 종종 있는데 주류를 팔 수 있는 자판기가 나오면 각종 방법을 동원해 주류를 구매하려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무인상점, 주문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취약계층은 성인인증이라는 복잡한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나면서 소비자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또 다른 우려다.

유 회장은 "주류가 영세 마트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시범단계에서 안전성 등을 거쳐 시중에 나왔을 때 걱정 없이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화와 범용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