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팀 개선, 운영 규정에 초점
공개적 논의 자리 마련 안 해
연구용역 최종보고서 '짜깁기'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의 합숙훈련 참가 자유 보장과 관련해 공염불에 가까운 규정을 내놓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탁상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시행규칙을 만들 때 활용한 용역보고서는 '짜깁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 국민체육진흥법 시행규칙 '탁상입법' 비판 = 9일 시행된 3차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의 시행규칙 제3조의3(준수 사항) 제1호는 '합숙소의 입소 여부에 대한 개인의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받을 것'이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0조의4(합숙소의 관리) 제2항 '직장운동경기부가 소속된 기관 및 단체의 장은 원거리에 거주하는 선수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합숙소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 등을 구체화한 조문이다.

지난해 8월 2차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최숙현법)이 공포되고 추가적인 제도개선이 진행되면서 문체부도 관련 용역을 추진했다.

이에 수행 기관인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학원)은 10월부터 12월까지 '직장운동경기부 표준 운영 규정·지침 및 합숙소 제도개선 연구'를 수행했다.

직장운동경기부 운영규정과 합숙소 부분을 담당한 문체부 관계자는 12월 말 나온 보고서 초안을 내부 검토한 데 이어 올해 3월 최종보고서가 나오자 선수 1명, 지도자 1명, 시도체육회·학계 관계자 각각 1명을 불러 모아 의견을 수렴하고 시행규칙의 조문을 확인했다. 이후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등으로 이어졌다.

아쉬운 점은 합숙소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최종보고서를 두고서 선수, 지도자, 시도체육회·학계 관계자와 논의할 때도 운영규정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오갔다.

선배가 합숙소에서 생활하는 상황에서 후배가 출퇴근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단체팀에서 지도자·동료 등을 대상으로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수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 없이 '합숙소 입소 여부에 대한 개인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받을 것' 등 공염불에 가까운 규정을 마련해 탁상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용역은 '짜깁기' 논란 = 과학원이 내놓은 '직장운동경기부 운영규정·지침 및 합숙소 제도개선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두고서도 짜깁기 논란이 인다. 문체부가 발주해 과학원이 연구용역을 수행했는데, 기금회계(수탁연구비) 4000만 원이 소요됐다.

보고서에서는 연구 내용 및 방법으로 △직장운동경기부 합숙소, 운영관리 규정 등 현황조사 △국내외 합숙소 관련 사례조사 및 분석 △직장운동경기부 내 합숙소 근절을 위한 개선방안 △직장운동경기 운영규정·지침(가이드라인) 및 합숙소 운영관리 방안 마련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직장운동경기부 운영(합숙소) 규정 등 현황 분석 △국내외 합숙소 관련 사례조사 및 분석 등으로 빈약하게 채워졌으며, 이마저 국내외 합숙소 관련 사례조사 및 분석에서 '합숙소 운영 현황'은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2019년 조사해 발표한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 결과보고서 등의 일부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원은 인권위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사용하면서 '2020 체육인 실태조사'를 기초로 조사한 결과라고 여러 차례 적시했다. 문체부도 본보 취재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기 전까지 최종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문체부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과학원에서 출처를 잘못 표기했다고 했다"며 "2020 체육인 실태조사 결과는 있지만 연구용역과 안 맞았다고, 합숙소 조사였기 때문에 인권위 조사를 근거로 했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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