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창원 봉암공단 압축기 사고
유족, 거래업체 업주 엄벌 촉구
개인사업자라 산재 처리도 못해

지난해 7월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공단 내 한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60대 아버지를 여읜 유가족이 원청 사업주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안전관리 책임자의 무책임한 태도로 사고가 났지만, 사고 이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유가족은 사업주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은 유가족이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업주를 엄벌해 달라'며 청원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유가족인 장남 ㄱ 씨는 "노후화한 기계, 정비 부실, 안전관리자 부재 등 원청사 잘못으로 아버지가 처참한 모습으로 목숨을 잃었다"며 "남은 가족은 트라우마를 겪는 등 엄청난 고통·슬픔을 겪고 있는데도, 원청 측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지 수거(배송·납품) 전문 고물상을 20년 가까이 운영했던 고인은 지난해 7월 27일 오전 10시 50분께 파지 압축기에 머리와 팔이 끼여 사망했다. 고인은 인쇄·포장용상자 제조업체에서 나온 압축된 파지를 트럭에 옮겨 싣고 파는 일을 했다. 파지를 팔고 받은 수익을 업체와 일부 나눠 갖는 식이었다.

그러나 2005년께 설치한 업체 소유의 파지압축기가 노후화해 고장이 잦았다. 고인은 압축기를 고쳐달라고 원청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실제 고인이 2018년께부터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중에는 '아침에 가면 (압축기가) 매일 고장이 나있다', '아침부터 기계와 씨름하느라 바빴다'는 등 내용이 있었다. 압축·철사 고정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파지가 업체 공터에 쌓인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었다.

▲ 지난해 7월 끼임 사망사고가 난 파지압축기.  /유가족
▲ 지난해 7월 끼임 사망사고가 난 파지압축기. /유가족

고인은 유일한 거래처와 계약이 끊길까 염려해 직접 압축기를 수리해가며 파지를 거둬갔다. 다 퍼져버린 파지를 철사로 조이고 압축기 군데군데 껴 있는 파지 잔해물을 빼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끼임 사고를 당한 것이다.

ㄱ 씨는 "아버지는 하루 4~5차례 파지를 수거·배송했는데, 압축기 고장으로 스트레스가 상당하셨다"면서 "기계 수리는 아버지 일이 아니었지만 원청사의 무책임에 손수 기계를 고치면서 손목·손가락 등 관절염이 심해 애초 사고 다음날 일을 그만두기로 했는데, 하루 전날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일 원청사는 사고를 인지조차 하지 못해 아버지는 30여 분 동안 압축기에 끼여 있었다"며 "함께 일하러 간 어머니가 아버지를 발견했고, 어머니는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 사고 이후 창원고용노동지청이 파지 압축기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고, 이 업체는 9월 2일 자로 사고 기계를 철거했다. 기계가 있던 자리에는 큰 통을 배치했는데, 레일을 따라온 파지가 통에 쏟아지고 통이 다 차면 집게차가 와서 거둬가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ㄱ 씨는 "진작에 이런 방식을 취했다면 아버지는 살아계셨을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사업주는 유가족에게 파지 압축 기계를 돌리지 못해 손해가 크다는 파렴치한 말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ㄱ 씨는 특히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 등에 알아본 결과, 아버지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여서 산업재해 처리를 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업체 측의 기계관리와 안전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해 생긴 인재인 만큼 아버지 사망사건에 대한 엄중한 형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ㄱ 씨는 "사고 후 10개월이 지났지만 업체로부터 사과는 받지 못했다"며 "사업주가 안전에 대한 인식이 무지하고, 주의 의무가 소홀하면 분명한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업체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회사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피고인(대표)은 압축기 관리직원을 정하지 않았고 관리하지 않는 등 아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압축기를 혼자 임의로 사용하게 방치해 끼임 사고로 사망하게 했다'고 명시했다. 이 사건은 지난 9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청에서 첫 공판이 열렸으며, 다음 공판은 8월 20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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