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행정대집행 7년 문화제
한전 공동체 파괴 비판 봇물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7주년 촛불문화제에 밀양 할매들이 모처럼 모였다.

2014년 6월 11일 그날, 공사 강행을 위해 공권력이 투입됐던 밀양송전탑 경과지 움막에서 강제 해산됐던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난 11일 영남루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흐르는 세월을 어쩔 수 없는지 그때의 면면을 다 볼 수 없었다. 철탑이 다 들어서고 송전이 되는 지금까지도 송전탑반대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박은숙 대표는 "7년 전 그날 5곳의 움막에서 더 많은 연대자들과 폭력 진압에 맞섰던 할매 할배들이 50명이 넘었다. 그분들 중에서 다섯 분은 돌아가셨다"라고 전했다. "상동면 김말해, 부북면 김사례, 단장면 팽창섭·박호야·박영권 어르신이 그사이 고인이 되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돌아가신 분들의 자리를 송전탑 건설 중단과 '탈핵' 등 국가에너지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경북 청도군과 봉화군, 강원도 홍천군의 할매 할배들이 채웠다. 청도군은 7년 전 밀양과 함께 송전탑이 건설됐던 곳이고, 봉화와 홍천은 신울진∼신가평 500㎸ 송전탑 계획이 추진되는 곳이다.

▲ 지난 11일 밤 밀양 영남루 앞에서 열렸던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7년 촛불문화제. /이일균 기자
▲ 지난 11일 밤 밀양 영남루 앞에서 열렸던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7년 촛불문화제. /이일균 기자

밀양송전탑대책위 박은숙 대표는 이날 촛불문화제 때 "경북 봉화 분들, 강원도 홍천 분들 말씀 들으니 7년 전 생각도 나고, 다시 속이 부글거린다. 그때 전국의 연대자들이 함께했듯이 우리도 봉화, 홍천 주민들과 함께하겠다"라고 인사했다.

봉화송전탑반대대책위 송동헌 위원장은 "지금 봉화와 홍천이 7년 전 밀양과 청도가 걸었던 길을 가고 있다. 한국전력은 주민을 이간질하고 불화를 조장한다"면서 "마을공동체가 파괴되지 않도록 전국이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100여 명의 현장 참석자들과 서울·강화·청주·청양·대구·울산·구례·순천·부산에다, 미국의 플로리다 영상 참석자들이 함께했다. 이들이 다시 세상에 고한 메시지는 '송전탑 건설과정의 공동체파괴 진상조사'와 '송전탑 건설 중단'이었다.

7년 전 행정대집행 현장을 겪었던 서정범(63·밀양시 부북면) 씨는 "밀양송전탑에는 지금 애초 계획했던 양의 12%만 송전하고 있단다. 이거 보낼라꼬 그래 사람 직이고 주민 갈라놓으면서(죽여가면서) 송전탑을 세웠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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