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달라도 모두 진리 향한 길에 있어
외면·비판하기보다 서로 이해하게 되길

많은 분들이 등산을 즐깁니다. 그런데 좀 이름난 산이라면 정상까지 가는 길이 무척 다양합니다. 등산객들은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서 등산로를 선택합니다. 관절이 안 좋거나 몸이 조금 허하다면 평탄한 길을 선택하고, 날렵한 분들은 힘들지만 거친 길을 가기도 합니다. 여러 길로 사람들이 오르지만 결국 정상에서 모두 만나게 됩니다. 정상에 올라서 땀을 닦다 보면 그 누가 어떤 길로 올라왔는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각자 나름의 길로, 나름의 방법과 능력으로 열심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기에 정상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찾아 길을 나선 구도자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종교라는 등산로를 따라서 진리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출발할 때는 서로 다른 길의 끝에 서 있을 수 있기에 외면하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서로 가는 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2021년 3월 5일 역대 교황님 중 최초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라크를 방문하여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주요 지도자를 모두 만났습니다. 종교 간 화합은 역대 교황님들이 수없이 강조한 주제이지만 실제 파격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처음입니다. 교황님은 즉위식 때에도 유대교·이슬람교·불교·시크교·자이나교 등 여러 종교의 지도자들을 초대해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라크 방문 중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 IS의 폭력으로 초토화된 북부 도시 모술을 찾아 "형제애가 형제 살해죄보다 더 오래 가고, 희망이 증오보다 더 강력하다"며 '평화공존'을 호소했습니다.

이슬람과 가톨릭이 오랫동안 싸워 왔지만 그 믿음의 근본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슬람에서 유일신으로 믿는 '알라'는 '신, 하느님'을 의미하는 아랍어 호칭입니다. 아랍어 사용자들은 유대교, 가톨릭, 기독교 등 종교와 관계없이 신을 지칭할 때 '알라'를 사용합니다. 즉 이슬람이나 가톨릭 등 기독교 계열의 믿음은 '하느님'이시고 그 하느님을 아랍에서는 '알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성탄절이 되면 즐겁게 부르는 노래 중 '노엘~ 노엘'할 때 '엘'이 프랑스어로 하느님을 뜻합니다. 하느님을 찬양하라는 뜻인 '알렐루야'에서 '알'이 라틴어로 하느님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우리가 아는 국가 '엘살바도르'에서 '엘'이 '하느님, 구세주'를 뜻합니다. '엘살바도르' 인구의 82%가 가톨릭과 기독교를 믿습니다.

인간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고, 선한 삶을 갈망한다면 누구나 구도자입니다. 우리가 지금 걷는 길이 어떤 형태이든 참된 진리를 좇는 구도자라면 정상에서 함께 만나 서로 어깨를 토닥여 줄 때가 올 것입니다.

서로 다른 종교에 서 있다고 해서 외면하거나 비판하기보다, 한 발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 애쓰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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