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반도체·배터리 기술 꼭 확보해야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국가 안보도 직결

'연금술(鍊金術)'의 사전적 의미는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해서 유럽으로 전파된 원시적인 화학기술로, 납이나 주석, 구리 등 비교적 흔한 비금속으로 금·은 같은 귀금속을 만들고, 불로장생 영약까지 만들고자 했던 신묘한 기술로 이해된다. 어찌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사상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자 했던 당대 연금술사들의 도전정신과 열정이 오늘날 비약적인 과학기술발전 밑거름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필자는 '황금알을 낳는' 금세기 최고 연금술이자 안보 차원 전략기술로 바이오, 반도체, 배터리 기술을 꼽는다. 작금에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백신 디바이드(백신 양극화)'는 코로나 백신을 확보해 조기에 공급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 경제격차가 극심해진다는 '경제 양극화'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 발 빠르게 대처한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조기에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국제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백신을 전략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어서, 유사시 맞춤형 백신 및 신약을 적기에 생산·공급하기 위한 바이오기술은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히 확보해야 할 전략기술임엔 틀림없다.

또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과 글로벌 '2050 탄소중립' 정책은 코로나19와 함께 기존 글로벌밸류체인(GVC)을 급격히 재편하고 있다. 요동치는 글로벌밸류체인 이면엔 바이오 이외에 반도체와 배터리(전기차) 기술이 있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는 D램, 낸드플래시 중심의 메모리와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5G 이동통신,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 전반에 필수적인 비메모리로 나뉜다. 한국은 메모리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메모리 시장의 두 배 이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위주의 비메모리 시장에선 점유율이 고작 3.2%에 불과하다.

반도체를 '전략자산'으로 규정한 미국이 자국 내 투자를 강화하는 가운데, 파운드리 절대 강자인 대만의 TSMC가 한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내건 전략을 살펴보면 앞날이 녹록지만은 않다. 더욱이 글로벌 '2050 탄소중립' 정책으로 글로벌 기업과 금융사가 RE100(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 참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강화하는 등 세상은 급속히 녹색으로 전환 중이다.

특히 e모빌리티 분야 변화가 돋보인다. 블룸버그 '전기차전망 2020'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팬데믹과 국제유가 하락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 전기차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2036년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앞서는 '특이점'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K배터리 3사(LG, 삼성, SK)의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4.7%로 전기차 셋 중 하나는 'K배터리'를 사용할 만큼 한국은 배터리 강국이다. 미래시장을 내다보며 긴 안목을 갖고 투자한 K기업의 끈질긴 노력의 결실이지만 중국 등 후발주자 추격이 빨라 안주할 수는 없다. 바이오와 반도체, 배터리 기술은 '황금알을 낳는' 금세기 최고 연금술인 동시에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기술이다. 글로벌밸류체인이 급변하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변화무쌍한 작금은, 무수한 실패를 감내하고 불굴의 노력으로 도전했던 고대 연금술사들 정신을 이어갈 때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