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가 되겠다던 내 마음은
돌덩이였던 과거에 머물러 있었지만
잔잔한 계곡물에 깎이고 깎여
어느새 초라한 조약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왜 그렇게 작아졌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없다.
대체 왜 남들은 다 이겨내는 옅은 물살에 저 혼자 아파하는지
스스로 이유를 물을 때마다 나는 더 깎여나간다.
나는 돌덩이였을 때부터 무르기 짝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큰 바위가 되겠다던 내 마음은
조약돌이 되어버린 나를 보고
그래, 자갈이 되지 않은 게 어디야
중얼거렸을지도 모른다.
숨 한 번 들이킬 수 없는 물속도 꽤 괜찮을 거라며
지칠 일도 없으면서 지쳐버린 나를
굴러떨어질 일도 없으면서 박살난 나를
그렇게 물속에서 계속 깎여가도록
끝내 자갈이 되도록
내버려 두었을지도 모른다.
이모인(세종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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