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희곡 등단 후 창작 계속
조순자 관장 제안에 연극 인연
'퇴근 후 책쓰기'프로그램 운영
글 쓰며 성장하는 보람 가득해

손상민(40) 작가가 글쓰는 사람을 위한 '쓰는책방'(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을 열었다. 글쓰기를 주저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글을 좀 더 잘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책으로 꾸몄다. 그가 책방을 차린 이유는 글쓰기로 위안을 얻은 자신처럼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지금 손 작가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덕업일치'를 이루었다. 여정은 쉽지 않았다.

사회학을 공부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돈을 많이 벌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친 몸과 공허한 마음을 영화와 책으로 위안받았다.

가슴 한편에선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해 영화학을 공부했다.

▲ 창원 '쓰는책방' 대표 손상민 작가. /김민지 기자
▲ 창원 '쓰는책방' 대표 손상민 작가. /김민지 기자

손 작가는 35살인 201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잃어버린 계절>로 당선됐다. 등단하기 전에는 창원과 대구를 오가며 딤프(DIMF)뮤지컬아카데미에서 작가부문 창작자 과정을 수료했다.

"애를 낳고 바쁘게 살았다. 아이가 3살 정도 됐을 무렵 우울감이 몰려왔다. 내가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떤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숨 막혔다. 딤프뮤지컬아카데미 수업도 육아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려 했다. 사실 공부하는 게 즐거웠고 삶에 활력이 넘쳤지만 나 때문에 엄마나 가족이 고생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극작가 오은희 선생님의 '상민이는 글 계속 써'라는 말이 큰 힘이 됐다. 당시 난 누군가의 든든한 위로,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손 작가는 책방이 과거 자신과 같은 사람, 무언가 달라지고 싶고 위안을 받고 싶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길 원한다.

과거 가곡전수관 간사로 일한 그는 조순자 관장의 제안으로 창작가무악극 <매창>(2011년)을 쓰며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경주 신라문화제 개막 뮤지컬 <물의 전설>, 뮤지컬 <광복군 아리랑>, 뮤지컬 <창수책방> 등을 썼다. 연극, 뮤지컬 외에도 <나를 토닥여준 영화 속 그 한마디>, <집현전 그때 그 사람들> 등을 집필했다. 최근 창원문화재단의 '문신예술 동화·만화 공모전' 동화 부문에 그의 작품이 선정됐다.

▲ 창원 '쓰는책방' 내부 전경.  /쓰는책방
▲ 창원 '쓰는책방' 내부 전경. /쓰는책방

손 작가는 책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다며 2017년 출판사 '나무와 바다'를 차렸다. 그리고 책방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로 책을 쓸 수 있도록 '퇴근 후 책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책 구상부터 출판, 마케팅까지 책쓰기 전 과정을 돕는다.

"남편은 퇴근 후에 글을 써서 <인공지능시대 우리아이 뭐 먹고 살지?>를 출간했고 저 또한 '육퇴'(육아 퇴근)를 하고 글을 썼다. 일상에서 한 장씩 반복해서 쓰다 보면 글이 깊어지고 내용도 풍부해진다. 가끔 저 말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아는 작가가 없어서 말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책방에서 책을 팔면 좋겠지만 책 판매가 주목적이 아니고 여기에서 글 쓰고 같이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을 보면 모두가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글을 쓰지는 못한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행동으로 옮겨가진 않는다.

손 작가에게 글쓰기 팁을 물었다. "공모전이든 웹소설이든 등단이든 글쓰기 목표나 쓰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 이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 된다.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을 쓰고, 그렇게 쓰다 보면 더 쓰고 싶고 더 보여주고 싶고 재밌다."

쓰는책방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궁금한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계정(@_writingbooks)을 검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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