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갤러리 에스메로서 개인전
경쾌한 색감에 미술 재능 특출
향후 서울·부산 전시도 계획 중

그에겐 사진이 있어야 한다. 사진물을 구하지 못하면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사진 중에서도 색깔이 들어간 컬러사진이 필요하다. 그래야 머릿속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고, 상상력이 더해진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다.

자폐증의 일종인 '서번트 증후군'을 진단받은 이광민(31) 작가의 이야기다.

▲ 이광민 작가.  /최석환 기자
▲ 이광민 작가. /최석환 기자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란 지적장애가 있는 이가 암산, 기억, 음악 등 특정 분야에서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서번트 아티스트인 이 작가는 어릴 적 미술 분야에 특출난 재능을 보였다.

수채·유화 물감으로 자신이 갔던 여행지나 집 주변 풍경 등을 곧잘 담아낼 줄 알았다. 잠깐 지나가다가 본 풍경도 생생하게 떠올리는 등 기억력이 좋았고, 직접 찍은 사진을 프린트하거나 스마트폰, 태블릿PC로 보면서 자신의 미술 세계를 경쾌한 색감으로 그려내는 능력도 뛰어났다.

그는 사진에 담긴 이미지를 화면에 옮겨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특정 장소에서 본 사진 속 형상을 그려내지만, 있는 그대로 화면에 옮겨오는 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표현해내기도 한다.

주제가 정해지면 이젤(easel·그림을 그릴 때 캔버스를 올려놓는 받침대)에 캔버스를 놓고 자신의 미술 세계를 그려낸다. 어딘가로 여행을 가게 되면 그는 여행을 '출장'이라고 얘기한다. 그가 그린 그림은 개인 블로그에 모두 올라간다.

지난달 1일부터 진주시 초전동에 있는 갤러리카페 에스메로에 차려진 이 작가의 첫 개인전 '전시를 열고 싶은 마음'엔 작가가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만들어낸 결과물 중 10여 개 작품이 걸려 있다.

▲ 이광민 작 '미야자키 하야오'.  /최석환 기자
▲ 이광민 작 '미야자키 하야오'. /최석환 기자
▲ 이광민 작 '버섯과 바위'.  /최석환 기자
▲ 이광민 작 '버섯과 바위'. /최석환 기자

전시장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출한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를 가로 162.2㎝, 세로 130.3㎝에 달하는 100호짜리 캔버스에 빚어낸 작품을 비롯해 거제와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풍경화, 독도와 로마의 콜로세움을 옮겨온 것 같은 작업 등이 여럿 있다. 작품 모퉁이마다 작가의 이름과 함께 그림이 제작된 시기가 적혀있다. 작가가 직접 적은 작품 설명도 그림 옆에 붙어있다.

이번 전시는 이 작가 친동생인 이연경(28) 씨의 기획으로 마련됐다. 전시가 열린 뒤부터 이 작가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갤러리를 찾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기회가 되면 서울과 부산에서 전시를 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작가의 말속에선 작가 활동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전시를 여니까 좋네요. 전시 보러 와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대표적인 작품은 해바라기와 콜로세움, 고드름이 있고요. 해바라기 그림으로 상(3·15미술대전)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그린 그림은 블로그에 올리고 있고요. 거기엔 36개 그림이 있습니다. 이번 진주 전시가 끝나면 서울과 부산에서 전시를 열 예정이고요.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전시는 30일까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 진주 에스메로(0507-1316-0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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