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양파 수확철 창녕 농가
코로나로 외국인 노동자 감소
하루 인건비 급등해 부담 가중
군-농협 인력센터 운영해 지원

"일손은 없는데 비는 자꾸 오고, 마늘이 땅밑에서 썩어가고 있다. 속이 터진다."

"본래 비 오면 일 못하는데 어쩔 수 없다. 이러나 저러나 썩기는 마찬가지다. 비옷 입고 일한다."

창녕군 고암면 원촌리 김기용 씨 농가에서는 적지 않은 비가 내린 3일에도 마늘 수확을 감행했다. 비가 오면 수확해서 그물망에 넣은 마늘이 짓물러져 상품가치가 떨어지는데도 어쩔 수 없다.

'누워있던 부지깽이도 벌떡 일어선다'는 농번기에 이날 창원 현대비앤지스틸 직원들이 금싸라기 같은 일손이 되어준 것도 이유였다. 이 회사 직원 18명은 세찬 빗줄기 속에서 진흙밭을 기어가면서 알이 꽉 찬 마늘 줄기를 털고 가지런히 눕혔다.

김 씨는 이제 곧 날이 맑아지고 며칠 볕이 들어 수확한 마늘이 바짝 마르기만을 고대할 뿐이다.

앞으로 20일 정도 집중될 마늘·양파 수확철에 절대 부족한 일손 문제를 창녕군 이방면 이주호(창녕쌀전업농회장) 농민은 이렇게 전했다.

"이웃 부부는 하루 일당을 15만 원 달라고 해서 포기하고, 둘이서 마늘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 3일 오전 창녕군 고암면 원촌리 김기용(오른쪽) 농민이 일손돕기에 나선 창원 현대비앤지스틸 직원들과 함께 빗줄기 속에서 마늘 수확을 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 3일 오전 창녕군 고암면 원촌리 김기용(오른쪽) 농민이 일손돕기에 나선 창원 현대비앤지스틸 직원들과 함께 빗줄기 속에서 마늘 수확을 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지난해 10만∼12만 원선이던 마늘·양파 수확현장 일당이 올해는 13만 원 수준으로 올랐다. 심지어 15만 원을 요구하는 데도 있다.

20일 사이에 집중 수확하지 않으면 상품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농민 입장에서는 인력용역사 주문에 이렇게 휘둘린다. 그런데 요즘은 더 그렇다. 왜 그럴까?

"코로나로 외국인 인력이 절반으로 줄었다. 마늘·양파 수확철이 되면 못 보던 외국인 인력이 많았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력사를 통해 인근 밀양이나 창원 같은 데서 일손을 찾아야 한다. 이분들도 차량으로 오니까 차량운행비에 용역사 수수료가 있으니 그만큼 인건비가 올라간다."

그래서 각 시군과 농협은 농가에 유급 인력을 중계하는 '농촌인력지원센터'를 운영해 농민들의 숨통을 틔운다.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인력을 공급받는 용역사 외에 개인이나 단체의 유급노동 신청을 받아 일손이 급한 농가에 연결하는 것이다. 창녕군도 농협 창녕군지부에 위탁해 '창녕군농촌고용인력센터(070-7377-2801)'를 운영한다.

이곳 김정식 센터장은 "시군별 센터에 일하고 싶다고 신청하면 센터끼리 일할 곳을 연결하고 있다"면서 "요즘 농민들 연락을 받으면 애가 타 미칠 지경"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무급봉사 개념인 농촌일손돕기는 해결책이 안 될까.

이주호 농민은 "왜 해결책이 안 되겠나.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데"라면서도 "이분들은 매일 올 수 없고 시간도 한정돼 있어서, 농민 입장에서는 고정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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