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7명 다양한 시각 매력
시즌 주제 정해 주 5회 발송
"재구독 덕분에 자신감 생겨"
석류 작가, 단발성으로 시작
독자 반응에 매료 계속 연재
에세이·리뷰 등 글 주제 다채

2018년 '일간 이슬아'는 문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슬아(29) 작가는 "학자금 대출을 갚겠다"며 한 달에 20편, 구독료 1만 원을 내걸고 구독자를 모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재 이 작가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인기 작가가 됐다. 일간 이슬아를 필두로 메일링 서비스를 하는 작가가 많아졌다. 신문 지면, 출판사를 통해서 독자와 소통했던 작가들이 능동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남에도 메일링 서비스를 운영하는 작가가 있다. 서울처럼 많지는 않지만 지역을 거점으로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들을 만나본다.

▲ 김예린 작가 등이 운영하는 '일간 별글' 메일링 서비스 홍보물. 시즌 별로 주제를 정해 구독자에게 주 5회 글을 보낸다. /일간 별글
▲ 김예린 작가 등이 운영하는 '일간 온윤' 메일링 서비스 홍보물. 시즌 별로 주제를 정해 구독자에게 주 5회 글을 보낸다. 일간 별글에서 일간 온윤으로 상호명이 변경됐다. /일간 온윤

◇일간 온윤 = '일간 온윤'은 올해 1월 선보였다. 별처럼 빛나는 글을 써서 사람에게 위로, 공감, 희망을 전하고픈 작가 7명으로 구성됐다.

전 <김해뉴스> 기자 김예린, 초보 작가 김태희, 경남꿈키움중학교 교사 김용만, 축구 여행 수집가 이창희, 언론사 편집기자 다다, 리포터 출신 구성작가 백지혜, 사보에 글을 쓰는 전은영이다. 이들은 김해, 마산, 포항 등에 산다.

김예린(33) 작가는 6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두 아이 엄마인 그는 출산·육아로 일을 그만두었고 다시 사회생활을 꿈꿨다. 예린 씨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무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글쓰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는 '일간 이슬아' 같은 메일링 서비스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이때 마음속 불씨를 지핀 사람은 취재원으로 알고 지내던 김용만(46) 교사다.

김 작가는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제 글을 보내준다는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그런데 용만 선생님이 '그래도 한 번 해보자'라며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할 작가를 수소문했고 총 7명이 손을 잡았다. 시즌별 주제를 함께 정했고 시즌별 5명 작가가 참여했다.

시즌 1 주제는 잡화였다. 구독료 1만 원을 낸 구독자에게 1월 11일부터 2월 5일까지 총 20편의 글을 발송했다. 시즌 2 주제는 음식이었다. 3월 1일~3월 26일 작가는 첫째 주 '추억의 음식', 둘째 주 '여행지에서 음식', 셋째 주 '술', 넷째 주 '봄의 먹거리'에 따라 글을 썼다. 시즌 3은 5월 3일부터 5월 28일까지 진행했다. 주제는 가정의 달로 첫째 주 '어린이날', 둘째 주 '카네이션', 셋째 주 '스승', 넷째 주 '가족'이었다. 시즌 4는 현재 준비 중이다.

김 작가에게 독자의 피드백(반응)은 선물과 같다. 그는 "글을 쓰다 보면 내 글이 좋은지 아닌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가 있다"며 "그런데 구독자의 메일을 받으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재구독하는 독자들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힘든 점도 있다. 글을 팔아야 계속 글을 쓸 수 있으니 작가 스스로 홍보, 고객 응대까지 담당해야 한다.

"기자로 일하다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명함을 만들어야 했다. 책을 출간하거나 어디 소속돼 글을 쓰고 있지 않다 보니 명함 안에 나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일간 온윤을 만들었고 이는 작가로서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일간 온윤에 참여한 김 교사는 전 <오마이뉴스> 서평단, 블로거,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작가다.

그는 "그동안 불특정 다수를 위한 글을 쓰다가 내 글을 시간과 돈을 들여서 읽어주는 구독자가 있다는 사실에 고맙고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꾸준히 글을 쓰는 동력이 되고 글에 대한 애정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기사에 게재된 상호명 <글짓는사람들 별글> 이  <온윤> 으로 변경됐습니다.

▲ 석류 작가의 '기억의 단상' 메일링 서비스 홍보물. 일상·영화·책·드라마 등 다양한 주제로 구독자와 소통한다. /석류 작가
▲ 석류 작가의 '기억의 단상' 메일링 서비스 홍보물. 일상·영화·책·드라마 등 다양한 주제로 구독자와 소통한다. /석류 작가

◇석류의 기억의 단상 = 진주에 사는 석류(31) 작가는 지난해 9월부터 메일링 서비스 '기억의 단상'을 선보였다. 인터뷰 취재 비용을 마련하려고 시작한 단발성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벌써 10개월 차. 석 작가는 "이왕 하는 거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매달 구독자를 이메일로 만난다.

그는 <내가 사랑한 영화관>(알비, 2021) 등 총 세 권의 책을 냈다. 석 작가는 평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 취재나 글을 쓴다. 바쁜 시간을 쪼개 틈틈이 구독자에게 보낼 원고를 정리한다. 이뿐만 아니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비정기적으로 글도 올린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참, 바지런하다.'

석 작가는 첫 달부터 5개월까지 월 구독료 1만 2000원을 받고 20편의 글을 메일로 보냈다. 글 한 편 분량은 원고지 10장 내외다. 주제는 다양하다. 일상 에세이, 영화·드라마·책 리뷰, 흥미로운 이슈에 대한 생각 등이다.

▲ 석류 작가.
▲ 석류 작가.

석 작가는 "'기억의 단상'이라는 이름처럼 문득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들을 많이 길어 올려 글을 쓴다"고 말했다. '글쓰기 부담감은 없냐'고 묻자 "글쓰기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쓰고 다른 작업을 할 때보다 힘을 빼고 쓰는 편이다"고 말했다.

올해 2월부터는 구독료와 작품 편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석 작가는 메일링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구독자의 공감과 반응'을 꼽았다.

"솔직히 구독료로 큰돈을 버는 건 아니다. 일단 제가 재밌고 꾸준히 봐주는 분이 있으니까 계속 하는 거다. 메일링 서비스의 큰 매력은 직접적인 피드백인 것 같다. 일상 에세이에 공감을 하거나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했는데 영화 리뷰를 보고 영화관에 갔다는 등 구독자에게서 답메일이 온다. 그게 좋다. 또 글 주제, 스타일에 제한이 없어 작가로서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석 작가는 인스타그램(@seoklyou)에서 구독자를 모집 중이다. 그는 메일링 서비스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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