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참여시인 계열 선정돼
이산하 '거짓과 위선 비판' 호평
"시졸중 오지 않도록 정신 부검"
이은봉 '비평가의 엄정함'평가
"문학은 자기 각성 수단이기도"

1990년 김달진문학상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참여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간 수상자 대부분은 서정시인이었다.

이번 수상은 시를 구분하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공감과 울림의 관점에서 문학을 바라보자는 의미를 지닌다.

창원시가 후원하고 ㈔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주최한 제32회 김달진문학상에 이산하(61) 시인과 이은봉(68) 문학평론가가 이름을 올렸다.

시 부문 수상자 이산하 시인은 시집 <악의 평범성>(창비, 2021)으로, 평론 부문 수상자 이은봉 평론가는 평론집 <시의 깊이, 정신의 깊이>(천년의시작, 2020)로 상을 받았다. 상금은 시 부문 2000만 원, 평론 부문 1000만 원이다.

▲ 이산하
▲ 이산하

경북 영일 출신의 이산하 시인은 1987년 제주 4·3의 학살과 진실을 폭로한 '한라산'을 발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시인은 오랜 기간 절필 끝에 1998년 <문학동네>에 '날지 않고 울지 않는 새처럼' 외 4편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1999년 첫 시집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문학동네)를 출간했고 4·3항쟁 70주년을 기념해 2018년 <한라산>이 복간됐다.

22년 만인 올해 세 번째 시집 <악의 평범성>을 내 주목을 받았다.

신달자 심사위원은 "그의 시는 부드러운 바람결인데 손아귀가 강철같다", 신덕룡 심사위원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빼앗긴 존재들에 대한 애정과 가해자들의 거짓과 위선에 대한 비판의 정신이 이번 시집에 담겼다"고 평했다.

이 시인은 1982년 등단 이후 40년 만에 처음 상을 받았다.

그는 "동맥경화에 걸려 뇌졸중이 아니라 '시졸중'이 오지 않도록 수시로 내 정신을 부검해 피하지방과 내지방을 제거할 것을 스스로 다짐한다"며 "내 등을 죽비로 내리치며 더욱 큰 짐을 안겨주신 여러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거듭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 이은봉
▲ 이은봉

충남 공주 출신의 이은봉 문학평론가는 광주대 명예교수이자 대전문학관장이다.

1983년 무크지 <삶의문학> 제5호에 '시와 상실의식 혹은 근대화'를 발표하며 평론가로,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에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첫 번째 평론집 <실사구시의 시학>(새미출판사)을 냈고 지난해 말 평론집 <시의 깊이, 정신의 깊이>를 발간했다.

"그는 자기 주변의 가까운 시인들에 대한 시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도 결코 '주례비평'으로 빠지지 않고,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시적 대안까지 제시하곤 한다. 이런 비평적 엄정함은 김수영이나 신동엽 같은 큰 시인을 다룬 경우에도 예외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대목에선 비평적 투지까지 느껴진다."(고형진 심사위원)

이은봉 문학평론가는 "문학이, 시가 자기표현이나 자기현시의 수단이나 방법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수행이나 자기 각성의 수단이나 방법이기도 한 것이 문학이고 시다"며 "최선을 다해 좋은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달진문학상은 진해 출신으로 한학자이자 시인인 김달진(1907~1989)을 기리고자 1990년 제정됐다.

시상식은 10월 2일 오후 4시 창원시 진해구 김달진문학관 생가마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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