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부모 고백에 찾아나서
발견당시 주소 존재 않아 막막
유전자 정보 대조에 기대 걸어
"SNS 글 올려…연락 닿았으면"

"친부모님이 따로 계셨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사실 원망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어떻게 지내고 계셨는지, 7∼8년 전에 절 찾은 이유는 뭔지 듣고 싶은 게 많아요. 절 닮았다는 친부모님을 꼭 뵙고 싶습니다."

박소연(40·전북 익산) 씨는 자신이 입양 아동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친부모를 찾을 유일한 단서는 창원시청에 남아 있는 입양아동카드와 7∼8년 전 부모가 시청을 방문해 자신을 찾았다는 사실이다. 31일 박 씨와 전화 인터뷰로 그동안의 사정을 들었다. 

박 씨의 양부모는 지난 4월 딸에게 "이제는 이야기해야 할 때가 왔다"라며 그를 40년 전 입양해 키웠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순간 그동안 굳건했던 자신의 뿌리가 없어진 느낌이 들었고, 차라리 '끝까지 몰랐다면' 하는 마음도 생겼다. 하지만 양부모는 오히려 '친부모의 얼굴이라도 찾아보라'라고 권했고, 박 씨 역시 커져만 가는 궁금증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아동권리보장원 입양기록을 통해 실마리를 찾았다. 양부모 이름, 입양주소로 나오는 아동이 한 명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후 자신이 창원시청을 통해 마산애리원에 맡겨졌다는 사실, '박소희'라는 본명을 알 수 있었다. 첨부된 사진 역시 양부모 집에 있는 사진과 같았다.

▲ 친부모 찾는 국내입양인 박소연 씨. 어릴 적(왼쪽)과 현재 모습.<br /><br />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 친부모 찾는 국내입양인 박소연 씨. 어릴 적(왼쪽)과 현재 모습.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박 씨는 "창원시청을 찾았던 날, 보육청소년과 담당자가 날 보더니 '혹시 눈 수술하셨나요' 하고 물었다"라며 "7∼8년 전 친자식을 찾는다고 시청을 찾았던 한 남성과 아주 닮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아이를 유기한 게 아니라 아는 사람에게 잠시 맡겼던 것"이라며 "늦었지만 딸을 찾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이 남성은 인적사항을 남기지 않고 떠났다.

남은 단서는 박 씨의 아동카드에 적힌 '1981년 6월 7일 경남 진주시 강남동 216-30번지 강길수 씨네 집 앞 유기'라는 정보였다. 박 씨는 "친부모님에게 부탁받은 사람의 경제적 사정상 '유기아동'이라고 신고했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근처 주민센터에 문의했지만 당시 주소는 이미 없어진 뒤였다"라며 "복덕방 관계자들도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진주시청 관계자는 "76년 작성된 옛 토지대장을 보면, 당시 216-30번지는 존재하지 않았고, 전후로 분할된 기록이 없다"라며 "동네에서 관습적으로 쓰였던 지번이 따로 있을지 파악해보겠다"라고 밝혔다. 진주경찰서 관계자는 "주소가 없어졌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다면 유전자 정보 대조밖에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익산경찰서에 본인의 유전자 정보를 제출한 상태다. 박 씨의 신상정보는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 유전자 정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나누어 보관된다. 만약 친부모가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면 대조·재확인을 거친 후, 양쪽에 동시에 통보한다. 실종아동전문센터 관계자는 "일치 유전자 정보가 있다고 해도 통보 절차까지 최소 한 달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당시 창원시청에 부모님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찾아왔는데, 혹시 내 형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만약 내 또래라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 찾는 글을 올렸던 것이다. 어떻게든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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