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기업과 투자합의각서
사천 정치권 국회서 반발 회견
하영제 "한국공항공사법 위반"
WTO 피소·무역분쟁 소지도

경남도와 사천시의 항공정비(MRO) 사업 육성 추진에 인천시가 계속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사천에 항공MRO 사업 기반이 조성 중인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기정비업 진출을 계속 추진하면서 사천지역 정치권과 상공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5월 4일 인천공항공사는 이스라엘 국영기업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항공정비 전문기업 샤프테크닉스K(STK)와 '인천공항 항공기 개조사업 투자유치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합의에 따라 각 사는 인천공항에 화물기 개조 시설을 조성하고, 오는 2024년부터 미국 보잉사의 비행기 B777-300ER 개조 화물기 초도물량 생산을 시작한다.

앞으로 대형 화물기 중정비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업으로 창출될 총수출액은 2040년까지 누적 1조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사천의 항공MRO 사업 육성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 2017년 12월 국토교통부는 정부 지원 항공MRO 사업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선정했다. KAI의 기술력과 사천지역의 MRO 사업기반이 충분한 점, 항공우주산업단지와 항공제조업체가 밀집해 입지조건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KAI는 2018년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설립해 2019년 제주항공 B737의 초도정비를 시작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체들의 기체 중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경남도와 사천시는 4229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사천읍 용당리 일원에 31만 1880㎡ 규모의 항공MRO 단지를 조성 중이다.

▲ 하영제(가운데) 국회의원과 이삼수(왼쪽) 사천시의회 의장, 송도근 사천시장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기정비업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영제 의원실
▲ 하영제(가운데) 국회의원과 이삼수(왼쪽) 사천시의회 의장, 송도근 사천시장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기정비업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영제 의원실

국민의힘 하영제 국회의원(사천남해하동)과 송도근 사천시장, 이삼수 사천시의회 의장, 박정열·김현철 경남도의원, 서희영 사천상공회의소 회장은 2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 의원은 "코로나19와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한 항공운송업의 붕괴로 고통에 빠져 있는 12만 사천시민들은 인천공항공사가 항공MRO 사업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려는 무소불위의 위법행위에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가 MRO사업에 직접 진출하려는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과 '한국공항공사법', '공항시설법'에 반하는 법령 위반 행위라는 것이 하 의원의 얘기다.

'한국공항공사법' 제9조 제1항과 동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1등급 운영증명을 받은 공항은 항공MRO 사업을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1등급 운영증명을 받은 공항이다.

하 의원은 "항공MRO가 사기업의 영역인데도 국가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MOA를 통해 항공기 개조시설의 건축, 임대 등으로 참여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피소 대상이 되어 무역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 핵심 인프라 사업에 대한 중복투자로 혈세 낭비는 물론 지역경제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항공기 개조사업 투자유치 합의각서 체결을 철회함이 마땅하고, 거부하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천시와 인천시의 항공MRO 갈등은 1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천공항공사의 사업에 항공기정비업도 추가하는 내용이 담긴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장기검토 계속심사 안건으로 보류되어 있다.

국토교통위 이지민 전문위원은 개정안 검토 보고서에서 '항공기취급업과 항공기정비업은 민간의 사업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관련 업체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사업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거나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민간 항공기정비업 활성화를 위해 공사가 직접 정비업을 운영하기보다 지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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