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차이 인정·공존하는 개념…2001년 국제사회 관심사로 부상
이제는 정책 마련·실천에 방점…도내 문화재단 2곳서 사업 전개
시골영화제·말모이사업 등 다양…김해는 경남 첫 관련 조례 제정

5월 21일은 UN이 정한 세계문화다양성의 날입니다. 국회는 2014년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문화다양성법)을 입법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1~27일 한 주를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정한 바 있습니다. 전국에서 문화재단은 무지개와 같은 기획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화다양성 주간을 맞아 정책 흐름과 경남의 현주소를 살펴봅니다.

◇문화다양성 정책 흐름 = 문화다양성은 관심사를 넘어 오늘날 정책 실천 문제로 자리 잡았다.

문화다양성이란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들이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연하면 한 사회나 국가 혹은 어떤 권역에서 나타나는 언어·관습·종교·생활양식·정체성 등 문화적 차이를 통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사회 흐름은 과거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세계문화발전위원회 '우리의 창조적 다양성' 주제 보고서에 문화다양성 개념이 등장했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다양성 선언'을 통해 국제적 관심사로 부상했고, 유네스코는 2005년 33차 총회에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고 세계 각국이 협약을 비준하기 시작했다.

2004년 참여정부가 발간한 보고서 '창의 한국'에서 국제교류 확대를 통한 문화다양성 증진 분야에서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어 정부는 이주민 증가 등에 따른 사회변화를 받아들이고 2006년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한국은 2010년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을 비준함으로써 110번째 비준국이 됐다. 이어 2017년 6차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위원국으로 선출된 바 있다. 특히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문화비전2030>을 발간하고 문화정책 3대 가치 중 하나로 '다양성'을 강조했다.

▲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난해 무지개다리 사업으로 연 무지개합창제. /경남문예진흥원
▲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난해 무지개다리 사업으로 연 무지개합창제. /경남문예진흥원

◇무지개다리사업 참여 도내 문화재단 2곳 = 미술관·공연장 건립과 같은 하드웨어 사업과 달리 문화다양성은 인식개선을 포함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주안을 두고 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무지개다리사업은 이듬해 본 사업으로 추진해 문화다양성 증진 대표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각 지방정부 산하 문화재단은 문화다양성 공론장 역할을 하며 사업운영기관으로 일하고 있다. 전국 26개 광역·기초단위 문화재단이 참여하고 있으며, 도내에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김해문화재단이 각각 주관기관(2020년 2월~2022년 12월)으로 뽑혀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따로 또 함께-경남 무지개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이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 7500만 원(국비 6000만 ·진흥원 1500만 원) 예산을 투여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진흥원은 지난해 경남점자정보도서관과 공동으로 시각장애인 대상 문예창작 수업을 진행하고 거제아트콘템포러리와 협력해 어린이·청각장애인·청장년층이 함께 만든 무지개합창제를 열었다.

이 밖에 '로컬의 힘'을 주제로 한 시골영화제를 열고, 진주시민미디어센터와 공동으로 배리어프리 영상·영화 콘텐츠 제작 가이드 책자를 제작하기도 했다. 올해는 기존 사업에 이어 신규로 '다양해(海)' 사업을 추진한다. 문화다양성 사업 중 하나로 경남의 나잠어업 문화를 재조명하고 공존의 가치를 찾고자 해녀·해남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는 영상을 제작한다.

김해문화재단은 '문화공존 김해: 일상이 되다'를 주제로 3년 연속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모이' 사업을 통해 일상생활 속 문화다양성을 해치는 표현을 발굴하고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노인·여성·장애인·이주민·청소년 당사자와 유관기관이 동행했다. 이어 '나의 문화다양성' 말하기를 펼쳐 소수성을 존중하고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데 힘썼다.

▲ 2020년 시골영화제 포스터. '로컬의 힘'을 주제로 남해에서 열렸다. /경남문예진흥원
▲ 2020년 시골영화제 포스터. '로컬의 힘'을 주제로 남해에서 열렸다. /경남문예진흥원

◇도내 문화다양성 조례 제정 1호 김해 = 문화다양성은 법·제도적 뒷받침이 존재해야 사회적 가치로 존중받고 다채로운 형태로 발현 가능하다. 부산·광주·경기·서울시 등 광역단위서 문화다양성 조례를 마련한 곳도 있지만 경남은 아직이다.

도내 기초 지자체 중에서는 김해시가 처음으로 2019년 '김해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이 가는 대목은 제4조 시민의 권리와 책무로 '모든 시민은 문화적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가지며, 다른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문화다양성 조례에 위원회를 설치하고 실태조사를 하도록 담고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교육에 힘쓰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문화다양성 주요 주제로 '지역성'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1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린 경남문화다양성 포럼에서 주제 발표한 송희영 교수의 '장소 기억과 지역문화콘텐츠'에 따르면 중심과 주변을 나누고 통일과 표준을 강조하는 기존 흐름은 일종의 문화우월주의를 표방했다. 반면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화다양성은 상호문화주의·문화다원주의 가치 실현의 매개이자 희소성이 유지되는 힘을 발휘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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