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질환 '강직척추염' 대표적
허리 아래 통증 점점 커져가
아침에만 아픈 경우 많아 방치
유전 요인 커 조기 진단 중요

역시 움직이지 않으면 병이 생기나 보다. 그러잖아도 비만 오면 '아이고 허리야'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처지면서도 어떤 계기로 한 번 게을러지기 시작한 뒤로 좀체 다시 운동하지 않았으니 툭하면 허리 통증으로 고생해도 싸지 싶다. 아침에 통증 때문에 일어나기 힘든 상황에까지 이르자 '이거 척추에 문제라도 생긴 거 아닐까' 덜컥 겁이 난다. 주변 사람도 그런가 싶어 물어보니, 40대 이상의 많은 사람이 종종 허리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한단다. 생활이 편리한 만큼 몸은 나약해져 가는 거겠지. 사람은 동물이고 동물은 움직여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이게 혹시 척추관절염은 아닐까, 의심스러워 삼성창원병원 류마티스내과 황지원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척추관절염 환자 사례가 있을까요?

"건축업에 종사하는 40대 남성 생각이 나네요. 2~3개월 전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해지면서 통증을 느끼는 날이 많았다고 해요. 잘 때도 허리가 아파 깨어날 때가 많았다더군요. 그분은 갑자기 허리 통증이 생긴 게 아니고 20대 때부터 골반 통증이 있었는데, 아플 때마다 소염제를 먹거나 마사지, 스트레칭 등을 하면 괜찮아져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해요. 하지만 최근 들어 통증이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자 병원에 들러 진료를 받았는데, 강직척추염 진단을 받았죠."

-강직척추염이 뭐죠?

"척추관절염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차츰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만성 척추관절 질환인데 보통 10~20대에 나타나기 시작해요. 초기 증상은 주로 허리 아랫부분과 엉덩이 부위에서 점진적으로 통증이 발생하는데,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통증이 지속하면서 엉덩이 양쪽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어요. 이 질환은 상당 기간 통증이 나빴다가 좋았다가를 반복하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 통증이 있다가도 일상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사라지죠. 이러한 조조강직 현상이 대표적인 증상이에요. 그러니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도 자연스러운 통증 완화를 기대하며 굳이 병원을 찾지 않게 되는 거죠. 류마티스(류머티즘) 관절염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낮은 편이에요."

-척추관절염은 좀 더 넓은 범주의 개념이군요. 어떤 것들이 있죠?

"척추관절염은 류마티스 관절염처럼 만성 염증성 류마티스 질환 중 하나로 앞서 말씀드렸던 강직척추염 외에도 건선 관절염, 반응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연관 관절염 등이 있어요. 이 질환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면역체계 이상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해요. 이와 더불어 세균 감염이나 외상, 과로와 같은 기계적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인도 발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봐요. 발병 원인 중에 유전 요인이 크게 관찰되는데, 특히 HLA-B27 유전자와의 연관성이 공통으로 보여요."

*HLA-B27 유전자는 백혈구 항원 유전자인데 강직척추염 환자의 90% 이상이 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이 유전자가 있는 사람의 1~3%에서 강직척추염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 삼성창원병원 류마티스내과 황지원 교수. /삼성창원병원
▲ 삼성창원병원 류마티스내과 황지원 교수. /삼성창원병원

-척추관절염으로 나타나는 주요 근골격 증상을 알려주시죠.

"골반부에서 나타나는 천장관절염이 있고요, 척추에서 발생하는 척추염, 하지 관절에 비대칭으로 나타나는 소수관절염, 그리고 아킬레스건염과 족저근막염과 같은 부착부염을 들 수 있어요. 또한, 이들은 종종 포도막염과 피부점막 증상 등 근골격계 외 장기 침범을 보이기도 하죠."

-이런, 모르는 병명들이 많아 자료를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천장관절염(엉치엉덩관절염): 천골(엉치뼈)과 장골(엉덩이뼈)이 만나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 장시간 앉아 있는 사람, 교통사고, 낙상에 의해서도 발생. 퇴행성 관절염, 강직척추염, 임신, 잘못된 자세가 원인일 수도 있다.

*소수관절염(소수 관절형 류마티스 관절염): 소아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관절염이 6주 이상 계속되며 관절이 붓고 온기가 느껴지지만, 통증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수 관절형 류마티스 관절염과 비교하면 발병이 드물다.

*(골)부착부염: 근육이나 힘줄이 부착되는 뼈 부위에서 발생하는 염증.

*포도막염: 포도막은 안구의 가장 바깥막인 각막, 공막(흰자위) 속에 있는 중간막인데, 홍채와 수정체를 잡아주는 모양체, 눈 바깥의 광선을 차단하는 맥락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포도껍질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포도막염은 안구에 발생하는 모든 염증성, 비염증성 염증을 일컫는다.

-척추관절염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죠?

"강직척추염을 포함해 척추관절염은 관절의 변형뿐만 아니라 눈과 피부, 장 등 다른 장기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해요. 애초에 질환 발병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척추와 말초 관절의 염증을 제때 조절해 진행을 저지하고 합병증을 확인하는 등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죠. 척추관절염의 치료 목표는 임상적으로 염증이 없는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치료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개인마다, 또는 부위와 정도에 따라 다르겠죠. 대체로 관절염 치료의 기본이 금연, 운동과 재활치료이니까 바른 자세를 갖도록 노력하고 스트레칭을 병행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어요. 약물 치료에 쓰이는 건 비스테로이드소염제와 항류마티스약제, 그리고 때에 따라 스테로이드도 사용할 수 있고 관절강 내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기도 합니다. 또 류마티스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항TNF제제는 척추 증상과 말초 관절 증상에 모두 효과적이에요. 만약 이 제제로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인터루킨-17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TNF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로 강직척추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질환이 아팠다 말았다 하는 증상 때문에 참고 생활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도움되는 말씀 부탁드려요.

"엉덩이 통증과 등 통증이 척추관절염의 주요 증상이지만, 일반적으로 아주 흔한 증상이다 보니 이것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다가 40~50대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아주 많이 있습니다. 병원을 찾지 않고 방치하는 분들도 적지 않고요. 척추강직이 한참 진행된 환자들을 보면 류마티스 전문의로서 안타깝지요. 모든 질환이 그렇듯 척추관절염 역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는 안일한 자기진단으로 병원 방문을 미루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기사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색을 거쳤으며 관련 정보를 따로 추가한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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