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문학관·마산문협 시화전
창원수목원·마산 임항선에서

봄과 여름이 닿은 5월, 산책하기 좋은 장소에서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은 창원수목원에서 '노동과 삶, 그리고 문학'전을, 마산문인협회는 마산합포구 임항선에서 '마산 시인 대표시 거리'전을 진행한다.

푸름이 가득한 나무와 형형색색 꽃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창원수목원. 그중 생태연못에 노동자의 삶을 노래한 시화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마산문학관이 1일 노동자의 날을 맞아 개최한 전시로 6월 6일까지 열린다.

창원은 마산수출자유지역(현 마산자유무역지역)과 창원기계공업단지가 있어 1970~1980년대 '공단문학'이 활발했다. 1974년 마산수출자유지역 노동자들이 만든 문학동인 '갯벌', 1979년 창원공단 문학모임 '남천', 1986년 '고주박', 1987년 마창문학모임 '밑불', 1990년 '객토문학' 등이 그러하다.

▲ 마산문인협회는 21일까지 임항선 시의 거리에서 제14회 마산 시인 대표시 시화전을 연다. 비가 오는 18일 한 시민이 시를 벗삼아 걷고 있다.  /김민지 기자
▲ 마산문인협회는 21일까지 임항선 시의 거리에서 제14회 마산 시인 대표시 시화전을 연다. 비가 오는 18일 한 시민이 시를 벗삼아 걷고 있다. /김민지 기자

이번 전시회는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 회원이 주를 이루었다. 참여 작가는 총 30명이다.

"신발은 안다/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 공사장으로 가는 사내/ 섬을 가진 적 없지만 섬을 만드는 사람들/ 막노동이라 이름 붙여도/ 막, 일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막, 불러도 되는 이름은 없다는 걸"(최난경의 '가장 낮은 포옹' 중)

마산문인협회는 해마다 5월이면 시화전을 열고 시화집을 내놓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임항선 시의 거리에 마산문인협회 회원과 출향 문인들의 작품 100여 점을 내걸었다. 전시는 21일까지다.

임항선은 평소 주민들의 산책 장소로 인기가 많아 시는 사람들에게 좋은 벗이 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18일에도 시를 벗 삼아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고 싶어 지는 꽃이/ 어디에 있겠는가/ 가신 봄 데려다 놓고/ 제 먼저 길 떠나니/ 바람도 어지러이 불어/ 상처만 내고 있다"(김교한의 '목련꽃 지는 날' 중)

"가장 좋은 차는/ 잘 나가는 차가 아니라/ 잘 멈추는 차라 했다// 밤은 맑고 고요한데/ 술잔에 꽃잎 띄워라/ 꽃그늘 아래 앉아/ 한봄을 건너가고 싶다// 몸에 털을 기를지언정/ 마음에 이끼를 키울 순 없다"(이월춘의 '멈춤의 미학' 중)

한정원 작가는 <시와 산책>에서 "내가 보는 것이 결국 나의 내면을 만든다. 내 몸, 내 걸음걸이, 내 눈빛을 빚는다"고 말했다. 시와 눈맞춤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당신은 이전보다 단단한 내면과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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