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일부 이용자 별점 악용
꼬투리 잡거나 무리한 요구도
'매출 직결'자영업자 전전긍긍

"좋지 않은 제 가게 배달앱 후기를 봤는데, 이 분이 다른 가게에도 악성적으로 주문한 음식 대다수에 '별점 테러'(별점을 부당한 이유로 5점 만점 중 1점을 주는 행위)를 했더군요. 소비자들이 주문하기 전에 확인하는 게 후기인데, 이런 식으로 별점 한 개짜리 후기가 달리면 배달이 잘 들어오겠습니까."

대형 배달앱에 입점한 창원시 한 음식점 점주는 주문하는 음식마다 악의적인 후기를 단 소비자 때문에 최근 주문량이 평소보다 10건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의 후기를 살펴보면 별점 1~3개짜리 불만투성이 댓글이 주를 이뤘다.

'후기를 써줄 것이니 콜라를 달라', '반찬을 더 많이 담아달라'는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별점 테러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사진과 글도 없이 별점 1점만 달랑 남기는 사례도 있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상황 속 비대면 문화로 배달앱 매출 비중이 높은데,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보상금이나 공짜 식사 등을 노리고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 컨슈머(악덕 소비자)'들의 영향력도 커진 셈이다.

▲ 배달앱 별점은 매출과 직결된다. /연합뉴스
▲ 배달앱 별점은 매출과 직결된다. /연합뉴스

자영업자들은 블랙 컨슈머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로 배달앱에서 평점이 배달앱 상위 노출과 관련 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배달앱에 '별점 높은 순'으로 정렬하는 기능이 있어 평점이 낮은 업체는 상대적으로 노출 빈도가 줄어든다.

김해에서 도시락을 판매하는 한 업주는 "음식 위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간이 많이 됐다, 양이 적다 등의 주관적인 잣대로 별점 테러한 걸 보면 화가 나지만 꾹꾹 참고 '죄송하다'는 답글을 단다"며 "별점이 매출과 직결되기에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산에서 분식점을 하는 한 업주도 "전화로 다짜고짜 음식이 식었다거나 머리카락 발견 등으로 환불, 서비스해달라는 민원에 그럴 리가 없다고 응수하면 별점 테러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 배달앱은 악성 후기를 가려내 노출하지 않는 클린 리뷰 시스템으로 후기에 이상이 없을 때만 공개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악성 후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울뿐더러 댓글을 삭제하면 소비자 알 권리 침해를 제기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해결책으로 소비자들이 우선 자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음식점 점주는 "생존권이 달린 일에 악의적인 후기는 자제했으면 한다"며 "소상공인 대부분은 배달대행업체에 배달을 맡기므로 배달 실수는 업체만의 잘못이 아니니 평가에 참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소비자상담센터는 소비자가 문제 제기할 때 블랙 컨슈머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충분한 근거를 내세워야 한다고 제시했다. 1372 소비자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창원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소비자가 민원을 제기할 때는 충분한 설명과 보충할 수 있는 증거사진을 촬영해 블랙 컨슈머로 전락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