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시모임 객토문학 동인
세월호·민간인학살 등 작품화

최상해(60) 시인이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당신이라는 문을 열었을 때처럼>을 냈다.

그는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돌아가는 사람들,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손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시집을 썼다"고 고백했다.

시집 제목을 보았을 때 '당신'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당신이 누구냐에 따라 문을 열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 시인은 시집 속 '달칵'이라는 시를 읽어보라 했다.

"비밀번호 앞에 사라져가는/ 열쇠를 굳이 고집하는 것은/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어/ 달칵 소리와 함께/ 당신의 가슴을 열고 들어섰던/ 그날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중략)당신이라는 문을 열었을 때처럼/ 당신이 내 문을 열었을 때처럼/ 달칵, 소리를 듣고 싶다."('달칵' 중)

독자마다 떠오르는 당신은 다르겠지만 최 시인에게 당신은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객토문학' 동인이다. 객토문학 동인은 1990년 마산·창원지역 노동자들이 시를 쓰는 모임으로 출발했다. 그래서 시인도 현장 노동자라고 추측했다.

"교회, 아동센터, 복지관에서 플루트를 가르치는 강사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다보니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항상 생각을 했고 우연한 기회에 경남작가회의와 객토문학 동인을 알게 돼 글을 계속 쓰게 됐다."

▲ 〈 당신이라는 문을… 〉 최상해 지음
▲ 〈 당신이라는 문을… 〉 최상해 지음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최 시인은 남편을 따라 30여 년 전 경기도 안성에서 창원으로 왔다.

원래 강릉여고 시절 문집 활동을 할 만큼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당시 경찰에게 문집 검열을 받은 뒤 글쓰기를 중단했다.

무서운 경험 탓에 글이 써지지 않았다. 이후 2007년 <사람의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객토문학 동인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이번 시집에는 사회적 이슈, 이웃을 향한 그의 따스한 눈길이 담겼다.

세월호 참사, 창원지역 양민학살, 전태일 열사,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도계동 부부시장, 상남동, 두대마을 풍경이 시의 씨앗이 됐다.

"가면을 쓰지 않았지만/ 가면 뒤에 숨은 채/ 진실을 보이려 하지 않고/ 진실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이 무겁다// 때론 서로 마음을 어루만지며/ 웃음을 보이다가도/ 돌아서면 가슴이 허해지는 이유가/ 가면 때문이라 하자/ 아니, 익숙함 때문이라 하자."('익숙함 때문이라 하자' 중)

문학의전당. 128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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