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상당히 놀랐던 대통령의 말이 있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을 한 기자가 묻자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다 진정한 민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대목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이) 우리 역사가 발전해나가야 할 방향, 그것을 정확히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는데 의문이 안들 수 없었다. 진정한 민심이 있다면 진정하지 않은 민심도 있다는 이야기. 진정한 민심은 그럼 누가 판단하는가? 역사 발전방향을 정확히 볼 줄 아는 사람, 그러니까 문 대통령 자신 같은?

진정한 민심이라는 대통령의 표현이 민감하게 다가온 건 여권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도 문 대통령은 진정한 민심을 말한 적이 있었다. 4월 총선에서 여권이 압승을 거둔 후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서다.

당시 문 대통령은 "큰 목소리에 가려져 있었던 진정한 민심을 보여주었다"며 국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 패배 후에는 진정한 민심에 대한 경의는 없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만 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며 진정한 민심을 또 꺼내든 것이다.

대통령이 설마 "재보선 민심은 진정한 민심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믿는다. 스스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이다. 민심은 보이는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지, 진정한 민심과 그렇지 않은 민심을 구분 짓고 재단하고 또 싸움 붙이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고 오만한 태도다.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해야지, 대통령이 국민을 선출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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