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 봉하
만개한 꽃·바람개비 길 달리기
화포천습지까지 넉넉하게 산책
낙동강레일파크도 멀지 않아

김해 진영읍 본산리에는 5개 마을이 있다. 주호마을, 용성마을, 본산마을, 금봉마을, 봉하마을이다. 봉하마을은 가본 적 없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바로 그곳,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봉화산 봉수대 아래에 있다는 뜻에서 '봉하(烽下)'라 불리게 된 곳이다. 자전거유람단은 낙동강 자전거도로를 지나 봉하마을로 이어지는 여정을 다녀왔다. 총거리는 38㎞로 3시간 정도면 다 돌 수 있는 코스다.

◇낙동강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전거길 = 출발지점은 진영공설운동장이다. "파이팅"을 외치고 운동장 입구를 빠져나와 주천강 물줄기를 따라 포장된 길목 위를 내달렸다. 왼편엔 주천강, 오른편엔 아파트 단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좌우에 다른 배경을 두고 페달을 밟았다. 곧장 공원을 만났다. 주호공원이다. 이곳 양옆으로 장등, 본산, 대창들공원이 붙어있는 형태인데, 이들 가운데 주호공원은 딱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물 따라 행복이 퍼지는 물 고을'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나올 때면 주호공원의 끝자락이다. 이곳에서 주택가 골목을 지나 한림로를 탔다. 낙동강 자전거길로 가기 위해 우암교 방면으로 이동했다. 김해 진영읍과 창원 의창구가 경계를 맞대고 있는 지점이 우암교 부근이다. 이 다리를 거쳐 낙동강을 끼고 있는 유등리 맨 윗동네까지 갔다. 낙동강 자전거도로에 진입한 뒤 다시 창원에서 김해 한림면에 발을 내디뎠다. 낙동강에 당도하기까지 20여 분이 걸렸다.

주천강과 낙동강이 이어지는 구간에 다다르니 낙동강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둔 건너편엔 밀양이 보인다. 명례강변공원, 술뫼생태공원 지구안내라고 적힌 안내 표지판이 자전거도로 입구에 서 있었고, 공원 주변으로 빨간 실선으로 표기된 자전거도로 구간 안내도도 적혀 있었다.

한림배수문으로 향했다. 한림배수문은 2010년 3월부터 2013년 6월까지 3년여간 공사 끝에 완공된 수문이다. 첫 출발지점에서 8㎞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수문 옆에 있는 사각정에서 출발한 지 약 1시간 만에 휴식을 취했다.

▲ 김해낙동강레일파크. /최석환 기자
▲ 김해낙동강레일파크. /최석환 기자

◇김해낙동강레일파크와 철교전망대가 선사하는 운치 = 다음 목적지인 김해낙동강레일파크로 자전거 머리를 돌렸다. 페달을 밟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난관에 봉착했다. 모정고개를 만난 것이다. 가파른 언덕을 보면서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단원들이 고개를 오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맨 앞으로 치고 나갔다. 페달을 무리하게 밟아서인지 사진 몇 장 찍고서는 이내 체력이 고갈됐다. 어지러움을 느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5분 정도 앉아서 움직이지 못했다. 잠깐 숨을 돌리고 나서야 겨우 고개를 넘을 수 있었다.

내리막을 탄 뒤부턴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내달렸다. 진영역과 삼랑진역으로 이어지는 철교가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철조구조물과 다리가 운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캠핑장에서 1.5㎞ 떨어진 거리에 있는 김해낙동강레일파크 역시 근사했다. 이는 낙동강 철교에서 생림터널까지 왕복 3㎞ 구간에 이르는 레일바이크다. 폐경전선 철도를 이용해 지역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다. 폐철로를 이용한 레일바이크는 국내에 여럿 있지만, 강 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김해가 유일하다고 한다.

레일파크에서 낙동강 철교전망대까지는 500m 거리다. 정상에선 평화로운 동네 풍경을 느낄 수 있다. 바닥에 깔린 철도로 레일바이크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보이고, 개발의 흔적이 닿지 않은 농경지도 눈에 쏘옥 담긴다.

▲ 화포천을 지나 노란 바람개비와 활짝 핀 유채가 있는 대통령의 자전거 길 을 달리고 있다. /서동진 기자
▲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동상. /최석환 기자
▲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동상. /최석환 기자

◇봉하마을 대통령의 자전거길이 주는 편안함 = 마사터널을 거쳐 약 10㎞를 가면 최종 목적지인 봉하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대통령의 자전거길'을 중심으로 화포천생태습지공원 주변까지 자전거 페달을 밟기 좋게 길이 닦여 있다.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화포천생태습지공원을 지나 자광사 주변 도로를 타고 마을에 들어갔다. 이곳에 들어서면 '대통령의 자전거길'이라는 자전거 도로를 볼 수 있다. 봉하마을부터 화포천습지생태공원까지 3.75㎞를 연결해놓은 구간이다. 길 곳곳에는 노란색 바람개비와 유채꽃이 있다. 생기발랄하면서도 아스라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이 길을 지나 더 들어가면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사저, 묘역 등이 조성돼 있다. 그의 일대기를 기록해놓은 안내판도 세워져 있고, 2009년 5월 23일 생전에 남긴 얘기도 전문 그대로 적혀 있다. 패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부엉이바위와 사자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에 자전거를 세우고 음료로 갈증을 달랬다. 종착지인 봉하마을에서 다시 돌아가야 할 첫 출발지까지는 5.5㎞ 정도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흔적을 되새기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 새마을호 객실을 재활용한 와인동굴 앞 열차카페.
▲ 새마을호 객실을 재활용한 와인동굴 앞 열차카페.
▲ 생림면 마사로 한 식당에서 먹은 소불고기 전골. /최석환 기자
▲ 생림면 마사로 한 식당에서 먹은 소불고기 전골. /최석환 기자

◇볼거리 = 김해 화포천습지는 수많은 공장 틈에 숨어 있는 보물이다. 개발 바람이 습지 턱밑까지 닥쳐 있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화포천은 꿋꿋이 버티고 있다. 북쪽에서부터 물억새뜰, 창포뜰, 노랑어리연꽃뜰, 노랑부리저어새뜰, 큰기러기뜰이라고 부른다. 노랑부리저어새와 큰기러기가 날고, 창포와 버드나무, 노랑어리연꽃, 물억새 등이 자란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은 한림면 한림로 183-300(055-342-9834, 9898·hwapo.gimhae.go.kr)에 있다.

화포천에서 논을 따라 이어진 '대통령의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면 봉하마을(진영읍 봉하로 103-1, 055-346-0660·bongha.knowhow.or.kr)이 나온다. 고 노무현 대통령 생가와 묘역, 대통령의 집이 모여 있다. 대통령이 생전 즐겨 걷거나 자전거를 타던 봉화산 숲길과 화포천 습지길은 절로 사색에 잠기게 한다.

◇먹거리 = 이번 유람에서는 생림면 마사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소불고기 전골과 열무냉면을 먹었다. 전골에는 인근 김해 대동면에서 생산한 표고버섯을 비롯해 알배기배추(배추속대), 청경채, 새송이버섯, 대파 등을 아끼지 않고 넣어 깊은 국물 맛이 났다.

진영갈비 또한 여럿이 즐기기 좋다. 축산물 주생산지인 김해에서는 질 좋은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어 과거 진영읍 갈빗집도 잇따라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신도시와 진영전통시장, 좌곤리 국도변 등에서 갈빗집을 찾을 수 있다.

◇놀거리 = 김해낙동강레일파크(생림면 마사로 473번길 41, 055-333-8359·ghrp.co.kr)는 나들이 장소로 알맞다. 왕복 3㎞로 낙동강철교 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 김해 특산물인 산딸기와인을 전시하고 파는 길이 485m 와인동굴, 새마을호 객실 2량을 재활용한 열차카페, 근사한 해 질 무렵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높이 15m 철교전망대가 있다. 생림오토캠핑장(055-338-9925)도 근처에 있다. 레일바이크는 2명 기준 1만 5000원, 와인동굴은 성인 기준 2000원이다.

생림면 마사리에 있는 '마사터널(모정굴)'은 폐터널 재생사업으로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새로 단장한 곳이다. 길이 329m·폭 4m로 옛 경부선 최초 지선인 마산선(삼랑진~마산) 운행 구간으로 1905년 개통됐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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