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주는데 차량 되레 증가
등록대수 61만 대에 육박해
보행자 위협 등 부작용 커져
걷고 싶지 않은 도시 지속 불가
차도 불편 감수하는 정책 펴야

알고 지내는 분이 묻습니다.

"민 기자, 요즘 어떻게 다니세요?"
"급하지 않으면 주로 시내버스 타고 창원 공용자전거 누비자도 활용해서 이동합니다."
"시간 많이 안 걸려요? 위험하지 않나요?" 
"시간은 자가용 승용차보다 조금 더 걸려도 몸과 마음은 훨씬 편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이동하시나요? 일상이 주는 속도의 압박에 하루라도 자동차를 몰고 나가지 않으면 불안하지 않나요? 이렇게 우리는 시나브로 자동차에 기대고 중독돼 갑니다. 특히 창원은 경남에서 어느 지역보다 자동차가 많은 도시입니다. 창원이 자동차 중독도시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 지 7편에 걸쳐 살펴봅니다.

▲ 지난 6일 오후 6시께 창원시의회 앞 도로에 차량이 정체된 모습.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지난 6일 오후 6시께 창원시의회 앞 도로에 차량이 정체된 모습.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자가용 중심 도시의 폐단 = 계획도시 창원은 '바둑판처럼' 잘 정리된 도로를 갖추고 있다. 전통적인 승용차 중심의 도시다. 갈수록 인구는 줄지만, 자동차 등록대수는 늘고 있다. 창원시 자동차등록대수를 보면 2018년 56만 170대에서 2019년 56만 3279대, 지난해에는 59만 9336대(2020년 경남 전체는 178만 7867대(KOSIS 국가통계포털))를 기록했다. 올해 4월 30일 현재 더 늘어 60만 8231대(자가용 54만 4453대, 영업용 6만 2001대, 관용 1777대)가 등록돼 있다. 창원 인구가 4월 30일 기준 103만 4705명이므로 두 사람이 1.17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대중교통인 시내버스 1일 평균 이용승객수는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창원시 자료를 보면 시내버스 하루 평균 이용승객수는 2016년 25만 7400여 명, 2017년 25만 1900여 명, 2018년 24만 4600여 명, 2019년 다시 25만 900여 명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18만 70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자동차가 빠르게 도시의 도로와 공간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각종 문제를 낳고 있다. 먼저 보행자 사망사고다. 경남경찰청 자료를 보면 창원에서만 2018년 41명, 2019년 36명, 지난해에는 24명이 숨지는 등 최근 3년 동안 101명의 보행자가 목숨을 잃었다. 창원은 지난해 9월 초 초강력 태풍 2개가 연속해서 찾아왔을 때도 아무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자동차 다니기 좋은 도시, 자동차가 준 이동 자유의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다.

교통혼잡 비용은 어떤가. 평일 오후 6시 넘어서 창원 공공기관과 공단에서는 자동차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퇴근길 곳곳이 밀린다. 주말을 제외하고 창원에서 마음 편하게 저녁 약속을 잡으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지난 2010년 7월 창원·마산·진해가 통합했음에도, 통합의 효과는 이처럼 '교통혼잡의 벽' 앞에서 멈춘다.

자동차 위주의 도로로 말미암아 자전거 타기도 녹록하지 않다. 자전거로 출퇴근, 등하교 하려면 '사고 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자동차 중심 도시는 시대적 과제인 기후위기 극복과도 정반대의 길이다.

◇차도 중심 사고 대전환 필요 =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대중교통수단을 활성화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걷기 어렵고, 걷고 싶지 않은 도시, 자전거를 탈 때 목숨을 걸어야 하는 도시는 지속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도시계획 전문가 허정도 전 창원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간단하지만 획기적인 발상인 '미노베 방정식'으로 우리 인식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노베 방정식'은 일본 도쿄도지사를 지낸 미노베 료기치(美濃部亮吉)의 교통·도로정책을 말한다. 그는 1967년 당선 이후 1971·1975년 내리 당선하며 지사를 역임했다. 그는 도로건설공식을 '도로-차도=보도'였던 것에서 '도로-보도=차도' 원칙으로 바꿔 자동차 중심의 교통·도로정책을 보행자 위주로 전환했다.

허정도 교수는 "그동안 우리는 차도를 중심에 놓고 사고해왔다. 차도를 먼저 정해놓고, 사람이 다닐 길과 자전거 도로를 고려했다"며 "걷는 것과 자전거를 권장하면서도 정작 차도 폭을 줄일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보도를 줄이거나 자전거 도로를 쪼갤 생각만 했다. 이제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교통 정책의 이중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중교통 활성화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나 트램을 도입하고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한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자가용 승용차 타는 것보다 대중교통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승용차와 보행자, 자전거, 대중교통 활성화를 동시에 만족하는 정책은 불가능하다. 승용차가 불편해지는 정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그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차도 가운데 1개 차로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지정하고, 교차로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자전거 우선 교통 신호체계 도입, 자전거 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홍표(더불어민주당·현동·가포·월영·문화·반월·중앙동) 창원시의원은 공공재 개념으로 도시 교통 정책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전 의원은 "단순히 화석연료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에너지 차원의 대중교통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며 "개인의 건강과 안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구성원이 공평하게 도시공간을 누릴 수 있는 공공재로 교통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뚜벅이냐, 자동차냐 결국 '파워게임' = 모든 제도는 사람이 만든다. 결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힘 싸움'이다. 자동차 타는 시민의 요구가 많으면 자동차만을 위한 도로는 더 넓어질 것이요, 뚜벅이들과 자전거 타는 사람,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이들의 요구가 압도적으로 많아지면 결국 도시는 이들의 바람대로 바뀔 것이다. 당신의 선택은?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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