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산켄전기가 한국산연을 폐업한다고 밝히면서 지역사회에선 외투기업 횡포를 막기 위한 규제 법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였다. 이미 금전적인 혜택을 받을 만큼 받고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회피하는 외투기업의 그릇된 행태를 이젠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1998년의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이후 만들어진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외투기업에 영업에서 국내기업과 같은 대우를 해주면서 최대 7년간 법인세·소득세 감면과 더불어 임대료 및 현금까지 지원하였다. 이런 특혜는 2019년 관련 조항 폐지로 사라지긴 하였지만, 외투기업이 철수하거나 사업 구조조정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시행할 때 그 책임을 묻는 제도는 여전히 없다. 따라서 외투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외국인 투자 기업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였던 경제정책은 충분히 수긍된다. 외투기업 유치는 국내 경제상황 개선이라는 등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저개발 단계에서 벗어나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한국경제에서 외투기업 문제를 단순한 애국논리로 규정하는 건 곤란하다. 외투기업이라서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틈만 나면 나라 밖으로 돈을 빼돌리고 도망치려고 든다고 단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외투기업 문제는 성격이 아니라 내용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는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여전히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지금의 한국경제에선 값싼 노동력을 선호하는 외투기업의 존재는 찾기 어렵다. 저렴한 임금이 보장된 동남아나 중국으로 이미 이전하였기 때문이다. 노동집약적인 저부가 생산이 아니라 기술력에 바탕을 둔 고부가 산업은 규모가 큰 자본투자가 더욱 절실하기 때문에 외국자본 유치는 더욱 필요하다. 즉, 외투기업 문제란 한국경제의 기초와 시장 질서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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