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 주 66시간 노동·부상 위험 커
65% 업무상 재해로 고통 호소…개인사업자 묶여 산재 미적용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 ㄱ 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에 물건을 배송하다 등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ㄱ 씨는 병원에서 3개월 치료와 2개월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 달간 치료 받고 나니 용차비(대체 인력·차량비용)·병원비는 합계 1000만 원이 나왔다. ㄱ 씨는 더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차량을 처분해 정리했다.

#ㄴ 씨는 물건을 싣고 정리하던 중 운반도구에 발가락이 찍혔다. 왼쪽 엄지발가락 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고 나니, 수술비 150만 원에 용차비 187만 원(14일 치)이 부과됐다. 용차비 부담을 줄이고자 치료가 덜 끝났음에도 근무를 재개한 ㄴ 씨는 결국 재수술을 받고 추가 비용을 내야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경남본부(이하 경남본부)가 12일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을 촉구했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경남본부가 12일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경남본부가 12일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경남본부는 "대형마트와 계약을 맺은 운송업체에서 일하는 이들은 '개인 사업자'로 묶여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며 "도내 250여 명, 전국적으로 5000여 명이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을 맡고 있지만 주 66시간 일하는 등 노동환경도 매우 열악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배송시장이 확대하면서 물류산업이 급속히 성장했지만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 보호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배송기사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1년간 근무로 인한 손상이나 질병·재해를 입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비율은 66.4%였다. 업무상 질병·재해 정도를 묻는 말에는 64.1%가 '지속적인 병원 내방 등의 치료가 필요한 질병·재해'라고 답했다.

최근 1년간 몸이 아파 출근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61.2%였고, 97%는 몸이 아픈데도 나와 일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루 20건 이상 배송해야 기본 수당을 받지만, 수십 ㎏에 달하는 중량물이더라도 다 같은 '1건'으로 취급받는 현실도 지적됐다.

▲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는 하루 20건 이상 배송해야 기본 수당을 받지만 수십 ㎏의 중량물이더라도 1건으로 취급받는다.<br /><br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경남본부
▲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는 하루 20건 이상 배송해야 기본 수당을 받지만 수십 ㎏의 중량물이더라도 1건으로 취급받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경남본부

경남본부는 "상품을 옮기는 과정에서 안전사고와 중량물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 빠른 배송을 위한 교통사고 위험이 큼에도 대형마트나 운송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온라인 배송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졌지만 노동부는 제대로 된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모든 치료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치료비뿐 아니라 용차비용까지 낸다"며 "코로나 시대 필수 노동자인 이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남본부는 오는 6월 13일 온라인배송노동자 경남분회 결성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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