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해야 직성 풀려... 의견 전달 방식은 익명 선호
기성세대 융통성 없어 보여 '다른 방식'에 대해 고민 안해
젠더 갈등 싸움만 하지 말고 함께 차별 줄여갈 생각해야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MZ세대(1980~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 언론이 그리는 요즘 20~30대 모습 하나입니다. 한 문장으로 한 세대를 정의한다니,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날것 그대로 20대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당신 삶은 시속 몇 ㎞인가요'라고 물었고 모두 44명이 응답했습니다. 각기 다른 속도로 달리는 세 사람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끝으로 스무 살 김현진 씨입니다.

시속 20㎞. 삶의 속도를 묻는 말에 창원에 사는 대학생 현진 씨는 어린이 보호구역을 떠올렸습니다.

"운전을 해보지는 않았어요. 부모님 차 뒷좌석에 앉아서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날 때 아주 느리지도 않지만, 보통의 속도보다는 느리다고 느꼈어요. 그 속도가 떠올랐어요. 솔직히 대학생이 되고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과 생활도 생각과 다르게 흐르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시간을 허비했어요. 이제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찾아서 공부를 하면 어떨까 싶어요."

현진 씨는 자신을 "어렸을 때부터 조금만 힘들거나 싫증이 나면 금방 그만두는 성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금방 좋아했다가 금방 싫증을 내요. 태권도, 피아노 같은 것들.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학원 등록을 했다가 2~3주 다니고 그만두고는 했어요. 멋있다고 느꼈는데 막상 해보면 생각과는 달라서요. 똑같은 것만 반복하니까요. 기초를 쌓는 과정인데 금방 싫증이 났어요."

▲ 김현진 씨
▲ 김현진 씨

금방 싫증을 낸다는 현진 씨도 분명히 좋아하는 것이 있습니다. 요리입니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저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도 좋아해요. 특히 파스타요."

현진 씨에게 언론에서 그리는 MZ세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물었습니다.

"들어는 봤지만 정확한 뜻을 몰라서 인터뷰 준비하면서 찾아봤어요. 제가 무슨 세대인지 몰랐고, 주변 친구들도 다들 그게 뭐냐고 되물었어요. 20대는 되게 별나다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조금 부정적인 인상이에요. 원하는 게 많다든지, 요구하는 게 많다든지.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세대라고 하는데 맞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을 해서 직성이 풀렸던 경험이 있는지 되물었습니다.

"대학교 안에서 부당한 일이 생겼을 때 하루 만에 다들 힘을 모아서 교수님에게 의견을 전달한 일이 있었어요."

현진 씨와 다른 학생들이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은 '익명'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수단은 대학교 커뮤니티, 대학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이자 웹사이트인 '에브리타임'이었습니다. 줄여서 '에타'라고도 합니다.

"익명이니까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건의하자고 의견을 나눠요. 익명이라고 거리낌이 들지는 않아요. 익명이라서 더 좋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으니까요. 익명성을 이용해서 말도 안 되는 글을 쓰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여요."

반대로 익명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정말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 같아요."

다시 '세대론'과 '에타'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가상화폐와 20대를 엮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도 관심은 있어요. 에타에 주식토론방 같은 게 생길 정도예요. 저도 들어가 본 적은 있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나 "망했다" 같은 이야기만 접했어요. '주 수입원', '희망' 같은 표현도 맞는 것 같아요. 취업이 쉽지도 않고, 금방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니까요. 돈에 관심이 없는 저도 그런데 20대라면 다들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요?"

현진 씨는 기성세대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습니다.

"융통성 없다? 만약 대학교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면 빨리 후속 조치를 취하고 방안을 내놓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위험성이 큰데도 기존 방식으로만 해결하려 하고, 다른 방안을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한번 난리가 났었어요. 확진자가 있다는 사실도 늦게 알려줬고, 그것도 학교에서 알려준 게 아니라 동기 사이에 소식이 전해져서 먼저 알게 되었고요. 화가 나서 다 같이 학교에 전화하고 그랬어요."

기성세대에게 전할 말도 덧붙였습니다.

"20~30대가 힘든 점을 이야기하면 해결할 생각을 해야죠. 이용만 하고, 자신의 이익만 취하려고 하는데, 그런 건 오래 못 간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화제를 바꿔 무엇이 현진 씨를 화나게 하는지 물었습니다.

"범죄 관련 보도를 보면 화가 나요. 특히 아동 학대요. 너무 화가 나요. 젠더 갈등 이슈도 인지는 하고 있는데요. 스스로 큰 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에타 같은 데서도 하루에 네다섯 번은 '여자가 어떻고', '남자가 어떻고' 하면서 각자 당한 차별이 심하다고 싸우는 걸 봐요. 모두 차별을 당한 건 맞는데, 그럴수록 함께 차별을 줄여나갈 생각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계속 싸우기만 하니까 답답해요.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일부러 '페미(페미니스트를 줄인 말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한남(한국 남자를 줄인 말로 역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같은 단어를 대놓고 쓰는 사람도 있어요."

▲ 김현진 씨
▲ 김현진 씨

현진 씨에게 자신을 표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말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요즘 20대는 변화에 빨리 적응한다고 하는데, 저는 적응이 느린 편이에요. 여행이 무척 가고 싶어요. 호주에 가고 싶어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호주에 사는데 가끔 바깥 풍경을 보여줘요. 예뻐 보이더라고요. 놀이공원도 가고 싶은데, 제가 사는 곳은 많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해요. 그런데 확진자가 자꾸 생기니까…."

앞서 인터뷰했던 김민경, 이원재 씨처럼 현진 씨도 어머니에게 삶의 속도를 물었습니다.

"엄마는 시속 1000㎞가 넘는 것 같대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끝으로 현진 씨에게 이번 기획이 "20대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저도 어려워서…. 딱히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는 게 없어서 다 괜찮았어요. 엄청 잘 들어주셨어요. 사실 전화 받기 전까지 어떻게 말해야 하나, 말하는 재주가 없어서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반응도, 질문도 잘 해주셔서 편했어요."

편했다니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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