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충돌 방지, 질서만으로는 부족
상대를 우선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

단체 경기 선수들의 유니폼은 서로 다르다. 상대방 영역을 침범할 수 없는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의 복식 경기나 배구의 경우는 별로 차이가 없고 또 영역 구분 없이 한 공간에서 움직이지만 너와 나의 구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야구 경기에서는 덜한 편이다. 하지만 서로 뒤엉켜 몸을 부딪쳐야 하는 축구, 농구, 럭비 같은 종목은 아군과 적군의 빠른 식별이 대단히 중요하기에 한눈에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유니폼을 입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밝기 차이이다. 밝은(옅은)색과 어두운(짙은)색. 전통적으로 홈팀은 밝은색 유니폼을, 방문팀은 어두운색 유니폼을 입는데 이 기준에는 오래된 현실적 이유가 있다. 집을 떠났기에 빨래하기가 어려운 방문팀은 빨아 입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는 어두운(짙은)색 유니폼을 입고 홈팀은 상대적으로 환경이 나으니 밝은(짙은)색 유니폼을 입는다. 배려라면 배려다.

국민 개병제를 채택하면서 엄격한 통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사병들에게 외출, 외박 그리고 휴가는 경험이 없는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아주 특별한 가치가 있다. 내가 군을 제대한 지는 35년이 넘었고 아들이 군을 제대한 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길거리에서 군인들을 보면 지금도 마음이 짠하다. 국내선과 국제선을 불문하고 미국 국적선이 도착지에서 먼저 내리는 승객을 정하는 나름대로 불문율이 있다. 일등석 승객도 비즈니스석 승객도 아닌 제복을 입은 군인. 당연히 짐도 먼저 찾을 수 있도록 관리한다. 업무상 여행이든 휴가 중 이동이든 그들의 시간은 민간인들의 시간과는 가치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러운 배려다.

즐겨 찾는 한 음식점에서는 도토리묵을 기본 전채 요리로 내온다. 주문 음식을 가져오면 도토리묵과 함께 내놓았던 나무젓가락을 쇠로 된 수저로 바꾸어 준다. 지금은 우스꽝스러운 사건 정도로 치부되지만, 한때 황 모 교수가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세상이 떠들썩할 때 비슷한 문화를 가진 이웃 나라 일본, 중국과 비교해 가면서까지 우리의 현란한 젓가락질을 그 뿌리의 하나로 꼽았지만, 도토리묵처럼 무르고 미끄러운 음식을 쇠젓가락으로 편안하게 집어 먹을 수 있는 건 고사하고 젓가락을 제대로 쥐는 한국인을 이제는 찾기도 어렵다. 세심한 배려다.

수일 전 라디오에서 청취자가 보내온 사연을 듣고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했다. 동네 공원에서 함께 놀던 엄마와 딸 이야기인데 나폴레옹이 등장하는 전설을 덧붙여 행운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네 잎 클로버를 엄마가 발견했다. 뜯어서 잘 보관하면 행운의 부적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손을 뻗는 순간 옆에 있던 딸이 그랬단다. "엄마!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내버려 두면 안 돼?" 최고의 배려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지만 이익의 선별 기준은 그리 다르지 않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편한 것. 그래서 이를 두고 다툰다. 이런 이익 충돌을 막기 위한 장치를 뭉뚱그려 질서라 한다.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눈총을 주거나 제재를 가하지만, 세상에는 질서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그 무엇이 있고 또 그것을 존중하는 방법이 있다. 배려! 상대를 먼저, 나를 다음으로 두는 마음가짐이 쌓이면 세상은 편안하고 아름다워지지 싶다. 나의 불편이나 불이익보다 그의 즐거움이나 이익이 크면 그렇게 하자. 점점 배려가 아쉬운 세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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