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경 "어떤 세대든 공정에는 예민 밀집 구조 피해 지역 남기도"
손서연 "개성 추구는 어느 세대나 존재클릭 몇 번에 여러 경험 가능"
신하현 "인프라 갖춘 곳 더 선호내 모습 사랑하며 살고파"
강경민 "차별받는 것 누구도 원치 않아 내 문제 대변할 정당 지지"
주혜미 "인프라 갖춘 곳 더 선호 내 모습 사랑하며 살고파"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이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을 'Z세대'라고 합니다. 이들을 묶어서 'MZ세대'라고 합니다. 정치·사회·문화·판매·소비에 이르기까지 MZ세대는 꽤 중요한 개념으로 인용됩니다. 이번 기획은 이 규정을 의심하면서 시작합니다. 두 세대를 한 단어로 단정 짓는 게 혈액형 성격이나 별자리 운명보다 편협하지 않습니까?

1차 설문 응답자 44명 가운데 5명을 선정해 2차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강경민(25)·손서연(20)·신하현(28)·주혜미(29)·허윤경(24) 씨입니다. 다른 응답자보다 풍부한 답을 보낸 이들입니다. 각종 매체에서 일반화하는 MZ세대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공정, 하고 싶은 말은 하고야 마는 세대 = 할 말을 기어이 한다? 어떤 세대든 '요즘 애들'이라면 들었을 말 아닙니까? 단순히 기질을 꼬집은 게 아닌 듯합니다. 그런 점에서 모바일 기술과 소통에 능한 세대가 각자 목소리를 조직화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나는 그런 성향은 아니지만 주변 또래들이 불공정이나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솔직히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통쾌함을 느낀다."(신하현 씨)

"확실히 목소리를 내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목소리도 커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접하면서 자랐기 때문이겠죠?"(강경민 씨)

"기성세대 눈치를 살피느라, 다른 가치관을 납득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말을 아끼는 경우가 많다."(손서연 씨)

의사 표현이 분명하다 보니 '공정'에 유난히 예민하다는 말도 듣습니다. 물론 공정한 세상을 마다하는 세대는 없습니다. 다만 그런 상황과 마주할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경쟁 시대에서 누군가 무임승차하듯 결과를 쉽게 얻는다면 절망과 분노는 배로 찾아온다."(신하현 씨)

"어떤 세대도 공정이라는 가치에 민감하다고 생각해요."(허윤경 씨)

"본인이 차별받는 것은 그 누구도 원치 않으니까요."(강경민 씨)

◇가상화폐는 희망? = 매체 보도를 보면 마치 MZ세대는 가상화폐에 모든 것을 건 듯합니다. 기회를 얻지 못하고 미래에 기대가 없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분석도 덧붙입니다. 없는 얘기를 지어낸 것은 아닐 테니 가상화폐에 대한 견해도 물었습니다.

"평생 일해 모은 돈으로 집 한 채 구하지 못하는 요즘 가상화폐에 기대를 거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실체도 없는 것에 의지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손서연 씨)

"가상화폐를 위해 빚을 내며 일상을 무너뜨리는 20대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고 가상화폐가 꼭 MZ세대에게만 희망일까?"(주혜미 씨)

"가상화폐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찾아본 경험은 많다. 불안정한 투기 방법이지만 한방이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하다지만 희망으로 보는 것은 사실이다."(신하현 씨)

"희망보다는 희망고문이라고 생각해요. 접근성이 좋아져 투자하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그 분위기가 과열됐다고 생각하거든요."(강경민 씨)

가상화폐보다 더 현실적인 희망을 제시해야 마땅할 정치는 어떻습니까? 최근 정당마다 2030 이야기를 듣겠다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나 봅니다. 이참에 설문 응답자 이야기도 전하겠습니다. '별 관심은 없는데 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궁금하다' 정도로 요약하겠습니다.

"정치에 그리 관심이 많지 않다. 뉴스를 보면 여당과 야당이 상대 정당에 대해서 무조건 반박하고 반대하는 느낌만 받는다. 어떠한 정당을 무조건 믿지 않는다."(신하현 씨)

"주변에서 어떤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더라고요. 정당보다 자신과 관련된 내용에 더 집중하고 관심을 두는 것 같아요"(허윤경 씨)

"사회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있는데 어떻게 몇 개 정당이 다 대변하겠어요. 그중에서 내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들을 더 잘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지지한다고 생각합니다."(강경민 씨)

◇MZ세대 감성이라는 것 = 개인 영역인 감성을 세대로 확장해 단정 짓는 것은 상당히 투박한 시도 아닙니까? 'B급 감성'에 열광한다는 분석에 강경민 씨는 이렇게 답합니다.

"감성 자체는 급을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해요. 취향이 마이너한 사람들은 많기는 합니다. 유행에 예민해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열광하니까요."

"자기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어느 세대에나 존재하는 것 같다.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MZ세대에 많이 보이는 것뿐."(손서연 씨)

"튀어 보이기 위해 더욱 B급 감성에 열광하는 것 같다.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임을 과시하기 위한…."(주혜미 씨)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추구한다는 분석에 세대 성향보다 소비 환경을 짚어낸 점이 눈에 띕니다.

"클릭 몇 번만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새로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원한다."(손서연 씨)

"남들과 다른 특별한 나를 인식하기 위해서 남들이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한 자극점인 것 같다."(주혜미 씨)

"SNS를 가까이하는 MZ세대로서 많은 문화를 접하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새롭고 재밌는 취미생활에 열광하고 있는 거 같아요."(허윤경 씨)

"확실히 접할 수 있는 콘텐츠나 경험 방면이 넓어진 것 같기는 해요."(강경민 씨)

◇우리가 서울로 향하는 이유 = '서울바라기'가 MZ세대에게만 특징일 리 없습니다. '말은 제주, 사람은 서울'이 언제 이야기입니까. 그래도 드러나는 현상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응답자 5명은 모두 경남 사람입니다. 젊은 인구가 서울로 몰리는 이유? 지역에서 묻기도 답하기도 어느 한구석이 아픈 질문입니다.

"서울공화국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모든 것을 갖춘 서울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손서연 씨)

"먹고살기보다 자기 문화적 수준, 인간관계를 위해 우리는 더 나은 지역을 추구한다. 인프라가 밀집한 지역을 더 선호하고 찾아 나서는 것 같다."(주혜미 씨)

"일자리도 큰 역할을 하지만 수준 높은 문화나 환경 등이 서울과 수도권에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더 서울에 가는 것 같다."(신하현 씨)

"실제로 일자리를 구하는 친구들은 각종 인프라가 서울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문화를 누리고 싶다고 하면서 가거든요. 반면에 이런 밀집된 구조 때문에 지역에 사는 젊은이도 있다고 생각해요."(허윤경 씨)

"지역에 인적·물적 인프라가 정말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일자리라면 오히려 지방에 더 많아요. 그런데도 다들 서울로 가는 것은 이미 구축된 인적·물적 인프라 때문인 것 같아요."(강경민 씨)

◇MZ를 지우고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 = 돌고 돌아서 겨우 물었습니다. 가장 듣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요즘 애들, 무슨 세대 이런 말 모두 떼고 2021년 대한민국 경남에 사는 20대,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올해 20살, 아직 19살이나 다름없는 19.9세이다.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진 못했지만 뒤처지지 않으려 적당히 노력하며 주어진 과제를 해나가는 것도 벅찬, 고등학생 티를 못 벗어난 대학생이다. 매일 고등학생 시절을 그리워했는데 이젠 현재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최선을 다해야겠다."(손서연 씨)

"특별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뒤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양면적인 사람인 것 같다. 솔직히 나는 20대 끝자락에서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어떤 모습이든지 내 모습을 사랑하며 끝까지 살아가고 싶은 소박하면서도 큰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듯하다."(주혜미 씨)

"나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살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한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좋아하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공부하고 적응하려고 한다. 문화 예술을 좋아하고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다. 여러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고 고민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은 많지만 종종 현실에 부딪혀서 절망하기도 한다. 여러 절망감 속에서도 희망을 생각한다."(신하현 씨)

"현재를 중시하다 보니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항상 많은 것을 하려고 하고, 새로운 것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같아요."(허윤경 씨)

"저는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법조인이라는 목표 하나로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가끔은 너무 지쳐 이젠 주변을 좀 둘러보고 싶기도 하네요."(강경민 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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