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한글 지킨 학자들 정신 깃든 곳
문화유산에 이야기 옷 입혀 큰 자산으로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의령 조성' 사업에 파란불이 켜졌다. 가량이 없어보이던 이 사업이 경상남도 지역혁신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니 오랫동안 염원해 온 의령군민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경남도가 시군의 특화 사업을 발굴하여 중앙정부와 연계하여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출향 인사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참여가 바탕이 되었다니 놀랍다. 지역의 물적·인적 자원을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성장 동력의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주민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의령' 하면 의병장 곽재우 천강홍의장군을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일제에 대항했던 의병장을 비롯하여 빼앗긴 국권을 되찾고자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와 우리글의 소중함을 잊지 않도록 애쓴 학자들이 많이 배출된 고장으로서 유·무형의 문화적 콘텐츠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유서 깊은 지역이다.

문화 선진국에서는 문학적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기리고 그들이 남긴 유물과 작품을 문학관을 건립하여 보존하거나 사소한 것에도 스토리를 만들고 거기에 이야기 옷을 입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시인, 소설가, 극작가, 가수, 철학자, 음악가, 배우, 과학자 등 세기의 정신을 움직였던 석학과 문화예술계 유명인의 휴먼스토리를 콘텐츠화하여 감성지향적 문화 관광마케팅을 하고 있는 사례를 볼 때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의령 조성'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는 설득력이 있으며 명분도 있어 보인다.

우선 일제 강점기 조선어학회 33인 중 세 분이 의령 출신이다. 중외일보사를 설립했던 이우식(1891~1978)은 의령면 동동리 출신으로 조선어사전편찬회 회장을 맡아 독립운동과 조선어학회 활동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는 등 민족의식 고취에 헌신하였고, 지정면 두곡리 출신 국어학자 이극로(1893~1978)는 일제의 탄압에도 조선어 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하면서 <조선말 역점연구> <국어학 논총> <조선말 조(調) 연구> 등 많은 연구와 저술 활동을 펼쳤다. 부림면 입산리에서 태어난 안호상(1902~1999) 전 서울대 교수도 우리말 어원을 밝히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등 의령엔 우리말과 한글을 지킨 애국 국어학자들의 혼과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와 문화의 깊은 내용을 느끼게 하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성취 가운데 하나다(영국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을 계승·발전시키고, 이야기 옷을 잘 입힌다면 지역발전에도 새로운 동력을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한글 자료의 체계적 수집·전시·교육·연구 등을 통해 우리글의 가치와 한글문화를 올바로 이해시키고 널리 알리기 위한 이 사업이 성공리에 성사될 경우, 우리 국민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는 물론, 문화산업 및 관광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도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이는 곧 현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인 지역 특화 발전 및 지역 문화의 융성을 통한 우리나라 사회의 전반적이고 균형적인 성장 발전에도 부합하는 일이거니와 우리 지역의 진정한 문화와 역사의 뿌리를 세우기 위하여 하루빨리 유물전시관이나 박물관을 건립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의령군이 기본계획을 세워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업을 신청하면 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을 결정하게 된단다. 정부의 전향적인 판단과 아낌없는 지원을 고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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