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작가들 환영 분위기 전해
삼성 연고 상징적 의미 강조도
의령·창원·진주 협력도 제안

의령·창원·진주 등 경남지역 지자체 3곳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 소장품을 전시할 '이건희 컬렉션' 특별관(이하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도내 문화계 인사들도 "지역에 이건희 미술관을 세운다면 경남에 세워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참모들에게 시민들이 기증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여파가 경남까지 번진 것이다. 경남도는 도내에 미술관이 건립되면 좋겠단 뜻을 드러내면서도 "현재로선 동향을 지켜보는 단계다"고 밝혔다.

◇문화계 인사들 "이건희 미술관을 경남으로" = 도내 지자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히자 미술관, 미술협회 관계자도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

경남도립미술관 김종원 관장은 "미술품이 여러 곳으로 흩어지게 되면 본 컬렉션의 흠결이 생긴다. 어디에 가든 한 곳으로 가야 한다"며 "이병철 회장이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곳이 마산이다. 지역으로 미술관이 가야 되는 상황이라면 경남이 삼성의 모태이자 시작이니까 연고지로 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미술협회 천원식 회장은 "이건희 미술관이 경남에 유치되면 어디에 들어서든 상징적 의미가 클 거다"라며 "관광지로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고,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감상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과 소통이 가능하려면 모두가 아는 작품이 전시장에 많아야 하고, 그래야 시민들이 작품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전시장에 올 수 있다"고 언급하며 "작가들 입장에서도 이건희 미술관이 경남에 오면 좋겠다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민족미술인협회 성춘석 회장도 경남에 이건희 미술관이 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미술관 유치를 바라는 마음이 모두가 다 있을 거다"라면서 "전략적으로 가려면 도가 의령과 창원, 진주 등 시군 3곳과 함께 의논해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군 3곳 "우리 지역에 미술관 세워야" = 도내 지자체 중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의령이다. 의령은 지난 2일과 6일 보도자료를 내어 유치 희망 의사를 드러냈다. 의령은 이건희 회장의 부친이자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고향이다.

창원은 의령에 이어 두 번째로 이건희 미술관 유치 의사를 표명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 3일 민주당 경남지역 현안 간담회에 참석해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을 유치해 이건희 미술관을 그 안에 짓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숙이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장은 "시장께서 큰 방향을 말씀하신 거다.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이후 내부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논의해서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진주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혔다. 진주 지수면에 있는 지수초등학교에서 이병철 회장이 학교를 다녔던 인연을 언급하면서, 지리적으로도 영호남 중간에 있는 진주가 남부권 대도시권에서 1~2시간 만에 올 수 있어 유치 지역으로 적합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 유치 경쟁 속 경남도는 신중 =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두고 지자체 간 경쟁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도내 한 학예연구사는 "지역에서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볼썽사납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건희 컬렉션의 소유주인 유족 측에서 기증한 미술품인데, 시군에서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무리수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또 " 창원에선 현대미술관 창원관을 만들겠다고 얘기하더니 잘 안되니까 분관에 이건희 미술관을 끼워 넣어서 유치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지자체 3곳이 유치 의사를 희망하자 "현재로선 어떠한 입장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노영식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현재 이 건과 관련해 문체부에 물어보니 어떠한 입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지 못한 실정인데, 이런 상황에서 도가 미술관 유치에 나서겠다고 하거나 지자체 조정에 나서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정부에선 기증자의 의사를 존중하게 될 거다. 일단 내부적으로 여러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가 주축이 돼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경남스틸 최충경 회장은 "대통령 말씀처럼 특별관을 하나 따로 만들어서 이건희 미술관이나 이건희 기념관 같은 이름으로 미술품을 한 곳에 둬야 한다"라며 "이건희 미술품은 세계적인 컬렉션이다. 도가 주축이 돼서 한 곳에 미술관을 세우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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