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葛·갈)은 덩굴식물로 다른 나무를 왼쪽으로 감으면서 오르는 습성이 있다. 반면, 비슷한 덩굴식물인 등(藤)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 두 식물이 만나면 얽히고설켜 쉽게 풀 수 없는 지경이 된다고 한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옥죄는 모습을 볼 순 없지만, 온 산을 뒤덮은 채 나무를 감고 올라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칡이나, 도심 쉼터에 심은 등나무가 지지대를 감아 오르는 성질을 보자면 충분히 이해되는 말이다. 사람 사이에 생기는 의견충돌이나 마찰을 일러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 그 갈등의 어원이 바로 칡과 등나무가 서로 감는 성질을 비유해 생긴 갈등(葛藤)이다.

풀리려나 싶던 함안 가야전통시장 5일장 노점상 영업구역 갈등이 다시 꼬여버렸다. 함안군이 상생방안으로 제시한 노점허용구간과 금지구간 획정에 노점상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노점상들은 군이 자신들의 요구는 배제하고 시장 상인 편만 든다며 불만을 나타낸다. 급기야 진보당 경남도당을 비롯해 함안농민회, 함안여성회 등 9개 단체가 '가야5일장 지키기 함안지역시민사회단체협의회'를 구성하고 "노점상을 배제한 함안군청의 불통행정을 규탄"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시장 상인들이 군 방침에 모두 동조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군에 불만을 드러낸다.

다행인 것은 시장상인과 노점상이 최소한 칡과 등나무 관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상생을 위해선 서로 필요하다는 점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꼬인 실타래를 풀 주체는 결국 함안군이다. 상생안으로 노점허용구간을 설정한 만큼 당장 단속보다는 인내와 설득이 필요하다. 시장 상인들 이해를 얻는 것도 당연하다. 가야전통시장 명성도 지켜나가고 시장상인과 노점상이 함께 웃는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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