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돌아가는 카페지만 주부로 살다 얻은 새 직업 행복…손님 없을 때 글쓰기로 쉼 찾아

▲ 창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정은 씨가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 창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정은 씨가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인도네시아·에티오피아·브라질에서 자란 원두가 뒤섞여 내려온다. 활력이 필요한 직장인에게, 담소를 나누는 이웃에게, 걸음이 빠른 학생에게 따뜻하게 또 차갑게 한 잔. 5년 전 창원시 의창구에 카페를 차린 박정은(49) 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고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뜨거운 물을 붓고 시럽으로 맛을 더하고 우유 거품도 낸다. 사이사이 꽉 쥔 포터필터, 손이 바쁘다.

전문적인 커피 지식은 다소 부족할지 모르나, 손님을 마주하는 마음은 부족함이 없다. 단골 로스팅 가게에서 볶은 원두만을 고집하고 대추·오미자·생강차 재료는 직접 달인다. 과일청 담그기도 마찬가지다.

잦은 설거지에 왼쪽 손가락이 자주 쑤시나, 가정주부로 살아오다 얻은 새 직업의 재미는 통증을 반감시킨다. 해가 바뀔수록 짙어지는 커피 향, 맛이 좋다는 손님들 인사에 웃는다.

손님이 없을 때 정은 씨는 틈틈이 글을 쓴다. 2019년에는 수필로, 2020년에는 시로 수상하는 기쁨도 맛봤다. "'달을 머리에 이고 걸었다 시월 밤바람이 등을 민다 등을 어루만지는 손길 당신이었네'. 예전에 썼던 '산책'이라는 시예요. 제가 가장 아끼는 시고요."

온종일 바삐 움직이는 손, 커피 한 모금 시 한 줄로 쉼을 찾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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