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추정지…71년 만에 발굴 일주일 걸릴 듯

진주 '화령골'에서 71년 전 국가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유해를 찾기 위한 발굴이 시작됐다.

화령골은 진주시 명석면 관지리 산 72번지로,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진주지역 보도연맹원과 형무소 재소자 등이 학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한국전쟁전후진주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진주유족회·회장 정연조)는 본격적인 발굴에 앞서 7일 오전 '개토제'를 지냈다.

발굴은 부경대학교 글로벌지역학연구소 노용석 교수팀이 맡았다. 발굴지는 가로 9m, 세로 20m 넓이다.

이곳은 지난 2012년 시굴조사에서 유해가 확인된 곳으로 당시 증언에 의하면 트럭 1대가 들어왔다고 한다.

현장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권고로 '진주지역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매장지'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한국전쟁전후진주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회장 정연조)가 지난 7일 오전 진주시 명석면 관지리 화령골에서 학살당한 민간인 유해 발굴에 앞서 '개토제'를 지내고 있다. 사진 속 흰 종이 위에 유골로 추정되는 물체가 올려져 있다. /김종현 기자
한국전쟁전후진주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회장 정연조)가 지난 7일 오전 진주시 명석면 관지리 화령골에서 학살당한 민간인 유해 발굴에 앞서 '개토제'를 지내고 있다. 사진 속 흰 종이 위에 유골로 추정되는 물체가 올려져 있다. /김종현 기자

노용석 교수팀은 하루 전날부터 현장을 정비하고 발굴에 들어갔다. 발굴작업에는 대학원생과 자원봉사자 등 10여 명이 참여한다. 주말에도 진행되며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 교수는 "40~50명 정도가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현장은 특별한 교란 흔적이 없어 보인다"며 "일부 시굴을 했는데 유해가 나오고 있다. 최대한 원형 그대로 발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주지역 학살지는 23곳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9곳에 대해 발굴작업이 진행됐다.

발굴은 2009년 문산읍 상문리 윗법륜골·아랫법륜골, 2002년 태풍 루사때 산사태로 유골이 노출된 마산 진전면 여항리 4곳 등에서 이뤄졌다. 또 민간봉사자들이 2014년과 2015년 명석면 용산리 산 423번지 일원 2곳에서 발굴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진주지역에서 채집된 유골은 용산리 학살 현장에 있는 컨테이너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 화령골의 유해도 용산리로 옮겨질 예정이다.

정연조 회장은 "한국전쟁 전후 국가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이 진주에만 2000여 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350여 구의 유골이 발견됐다"며 "지금까지 민간에서 발굴을 진행했지 중앙정부 예산으로 발굴된 사례가 없다. 이번에도 경남도에서 예산을 줬다. 중앙정부에 의해 자행된 학살인 만큼 중앙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진주시 초전공원에 위령탑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5~6월 중 공사에 들어가 9~10월에는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해를 발굴하고 진상을 밝혀 다시는 반인륜적이며, 공권력에 의한 불법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쟁 없는 평화와 진실한 역사 정의, 정확한 역사 자료를 남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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