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외국산 공세 겹쳐
주산지 김해 농가, 폐기 감내
작목 전환·농사 중단도 속출

"당장 어버이날인데 판매가 안 된 카네이션입니다. 50년 카네이션 외길을 걸으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입니다. 어쩔 도리 없이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8일 어버이날을 비롯해 가정의 달 5월 대목을 앞두고 김해시 대동면 화훼단지를 찾았다. 김순연 유진농원 대표는 폐기처분을 앞둔 카네이션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김해는 전국 물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카네이션 최대 산지다.

김 대표는 농장에서 키운 카네이션 중 20%를 폐기했다. 손실은 육성 비용 등을 합쳐 1000만~2000만 원에 이른다. 매년 5월이면 카네이션 구입문의로 불이 나던 휴대전화도 올해는 조용하다.

그는 "그나마 지난 3일 aT화훼공판장에 보낸 일부 수량도 판매가 되지 않았다"며 "청춘을 다 바친 꽃농사인데 올해는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고 말했다.

한창 모종을 심어야 할 때인데 화훼단지에는 텅 빈 비닐하우스도 보이고, 꽃이 아닌 블루베리 등 다른 농작물을 심은 곳도 있었다.

27년 동안 카네이션을 길러 온 이삼수 김해카네이션재배연구회 회장은 코로나19로 화훼업계 상황이 악화하자 손을 털거나 일시적으로 꽃농사를 중단한 농장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삼수 회장은 "대동지역 카네이션 농가가 지난해 20곳이었는데 올해 작목을 전환하거나 농사를 포기하면서 5곳이 줄었다"고 말했다.

카네이션은 졸업식 꽃다발로도 수요가 꾸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졸업식, 결혼식 등을 간소화하고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김해 카네이션 농가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의 30~40%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온라인 꽃 배달을 하면서 판로를 확보해 한시름 덜었지만, 매출 정상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농가들은 꽃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한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 6일 김해시 대동면 유진농원에서 김순연(왼쪽) 대표와 이삼수 김해카네이션재배연구회 회장이 폐기를 앞둔 카네이션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지산 기자
▲ 6일 김해시 대동면 유진농원에서 김순연(왼쪽) 대표와 이삼수 김해카네이션재배연구회 회장이 폐기를 앞둔 카네이션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지산 기자

카네이션 가격은 지난해보다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집계를 보면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 열흘 동안 카네이션 혼합 스프레이종(여러 송이가 퍼져있는 형태) 한 속(열 송이) 평균 경매가는 5463원. 지난해 같은 기간(4070원)보다 36% 오른 가격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전반적인 화훼산업에 타격이 커 카네이션 가격이 낮았던 탓에 상대적으로 나아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는 6600원이었다.

가격은 올랐으나 거래는 부진하다. 올해 1월부터 5월 6일까지 aT화훼공판장의 카네이션 거래량은 24만 7809속이다. 2019년 1~5월(32만 9058속)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

특히 김해 화훼농가는 타격이 더욱 크다. 김해는 절화류(가지째 잘라 파는 꽃) 시장에서 전국의 10%, 경남의 54%를 차지하는 중심지다. 올해 1월부터 5월 6일까지 김해 카네이션 출하량(13만 9482속)은 전국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김해 카네이션 농가는 98곳(2019년 기준)인데, 전국(162곳)의 절반 이상이다. 재배면적도 33.7㏊로 전국(56.6ha)의 59.5%를 차지한다.

농가들은 카네이션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로 △코로나 지속에 따른 대면 행사 축소 △사라져 가는 카네이션 달기 문화 △절화보다 분화(인테리어용 관엽, 반려식물 등) 소비 △수입량 증가 등을 꼽았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달던 문화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꽃 대신 다른 선물로 대체되고 있는 문화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이삼수 회장은 "수입량이 많아지면서 계속해서 거래량이 줄고 있다"며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 국내 화훼농가는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올해 4월 수입 카네이션 검역 수량은 1647만 4020송이로 2020년 4월(1279만 7400송이)보다 30%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화훼업계는 수입 꽃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삼수 회장은 "코로나19 전에는 해마다 국회, 인천세관 등을 찾아 카네이션 수입 검역 강화를 촉구했다"며 "수입 꽃 검역을 강화해 국산 꽃이 폐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도 수입 꽃 검역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는 도내 900여 개 기관에 1 직원 1 화병 갖기, 5월 가정의 달 어버이날·스승의 날 등 각종 기념일에 감사의 꽃 나누기 운동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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