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예진흥원, 콘텐츠 공모
'회복'주제로 7곳에 비용 지원
시민이 직접 만드는 음악앨범
초등학생 마을탐색·기록 활동
둘레길 주제 전시 기획 눈길

'인권으로서 문화적 권리'. 1968년 유네스코가 선언한 문화예술의 인본주의 실현이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속가능 발전에서 문화의 중요성은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발전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인간적·문화적 맥락과 결별한 발전은 영혼이 없는 성장'이라는 명시, 결국 문화와 발전은 대립어가 아니라 문화 없는 발전은 허상이 아니었는지 곱씹어 보게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문화가 깃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고민하는 이들이 '문화행동 경남' 기치 아래 모였다.

▲ 시티앤로컬협동조합이 지난해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마련한 '돌산마을 1번집' 공간. 올해 3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시티앤로컬협동조합
▲ 시티앤로컬협동조합이 지난해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마련한 '돌산마을 1번집' 공간. 올해 3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시티앤로컬협동조합

◇예술로써 마음 회복 = "마스크 안에 숨은 사람들의 얼굴이, 또 그 마음이 궁금했어요." 김윤경(41) 씨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문화행동 경남'에 제안서를 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심리 상태가 걱정이었다.

회복의 힘을 예술에서 찾고자 지난해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마련한 '돌산마을 1번집' 공간을 마을예술 아지트로 활용하기로 했다. 시티앤로컬협동조합이 노후 주택을 고쳐 만든 곳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를 비롯해 협동조합에서 아동미술을 전공한 정지윤 이사와 심리교육 전문가인 박수진 이사가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진해 돌산마을 주민인 김귀분 씨 등도 함께한다. 앞으로 9월까지 마을 초등학생 10여 명을 대상으로 마을 탐색과 기록활동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든다. 10월에는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김 씨는 "코로나로 변한 아이들 스스로와 마을의 모습을 함께 탐색하고 시각적 예술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향유자 넘어선 음악 앨범 제작 = 대학생 이은주(22) 씨는 평소 틈틈이 작곡 활동을 해왔다. 그는 "기존 음악앨범 작업에서 시민은 향유자에 불과했다"며 "시민과 교류하며 문화 생산 주체가 되는 음악 앨범을 만드는 제안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상반기에는 음악 속에 지역 자원을 활용한 소리와 리듬을 적용하고, 경남 지역민의 릴레이 작사가를 모을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회복' 앨범과 뮤직비디오를 완성하고 마지막에는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그는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에 재학 중이지만 소속된 단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평소 강연을 찾아다닌 경험 속에서 인물들을 찾았다. 무작정 전화를 걸어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할 수 있는지 물었다. 양재성 편곡, 김태용 믹싱, 박정언 마스터링, 임선호 기타, 김지훈 앨범 디자이너, 최정민 뮤직비디오 감독, 이효빈 배우지도 이렇게 제작진 8명을 꾸렸다.

▲ 위 사진부터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산청 대안공간 '모하노'에서 작은 교육 지원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모하노
▲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산청 대안공간 '모하노'에서 작은 교육 지원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모하노

◇이웃과 자연 벗 삼아 치유 = 산청에 귀농한 지 8년이 된 유훈정(47) 씨는 '다시, 둘레길에서'라는 이름으로 제안해 뽑혔다.

그는 "코로나 탓에 거리 두기를 하다 보니 마음의 힘을 얻고자 자연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방문객이 많을수록 지리산 둘레길도 훼손되는 모습을 보니 자연과 함께 회복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길에서 얻는 위로를 공유하는 방안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지역 작가·캘리그래퍼 그리고 일러스터들과 작업물을 만들어 나눌 예정이다. 또한 원주민과 이주민, 방문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그가 운영하고 있는 대안공간 '모하노'도 활용한다.

세미나실, 열람실, 무대, 공유 부엌 등을 갖춘 모하노. 유 씨가 마을공동체 회복을 고민하며 2019년에 산청군 시천면에 만든 공간이다. 자연과 더불어 회복하는 마음을 일깨우는 사업을 이곳에서 올해 만들어 간다.

◇문화행동 경남 =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올해 처음 시작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문화행동 경남' 프로젝트는 자체 사업이다.

2015년 유엔이 발표한 17개의 지속가능발전 의제를 바탕으로 경남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과 공동체 발전을 위한 주제를 매년 선택하여 문화예술·콘텐츠 분야 기획 프로젝트를 공모한다. 올해 주제를 '회복'으로 정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총 32개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지난 3일 최종 선정된 7곳을 공개했으며 총 8000만 원을 지원한다.

앞서 소개한 3곳 이외에도 시각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코로나19 상황을 팟캐스트 방송으로 운영하는 '경남이음프로젝트'를 비롯해 '사천을 담다'는 지역 작가를 섭외해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는 아카이빙 플랫폼을 운영한다. 또 '프로젝트 시선'은 무용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여기 라이브(live) - 나도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는 코로나19로 힘든 도민 인터뷰 영상과 어울리는 음악 공연 영상을 하나의 영상으로 제작·송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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