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불신·분노 커져
빠른 시대 변화 속 코로나가 던진 숙제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정보를 얻고, 물건을 사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비대면 시대는 활짝 열렸고, 되돌릴 수 없다. 날로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이 우리를 더 잘살 수 있게 해줄까.

정보격차는 빈부격차를 더 벌린다. 디지털전환 시대에 힘을 가진 이는 더 편안해지고, 그렇지 않은 이는 소외된다. 화상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학력 격차는 벌어지고, 출근할 필요 없이 원격업무를 할 수 있는 시대지만 누군가는 아파도 일터로 나서야 한다. 더구나 한국은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긴 나라, 산업재해공화국 아닌가.

문제는 분열과 분노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와 살아가며 얻은 숙제다. 한 사회학자는 이미 2008년에 한국 사회는 '헝그리(hungry)'에서 '앵그리(angry)'로 변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화 초기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났으나 상대적 불평등과 박탈감에 따른 분노사회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10여 년 전에 제기됐으니 세상은 나아졌을까. 신한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1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더 커진 빈부격차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눈여겨볼 만한 건 코로나 전후를 비교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총소득(478만 원)은 코로나 이전인 전년도보다 1.6% 줄었다. 조사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바뀌었다.

저소득층일수록 더 충격을 받았다. 상위 20%(895만 원)는 0.8% 줄었으나 하위 20%(183만 원)는 3.2%나 감소해 상하위 계층 간 소득격차는 4.9배로 커졌다. 보유 자산, 특히 부동산이 좌우했다. 상위 20%의 평균 자산(12억 374만 원)은 하위 20%(2715만 원)의 44배. 이 중 부동산만 놓고 보면 164배에 이른다. 코로나가 양극화 심화에 군불 노릇을 한 형국이다.

불신이 생기고, 분열하는 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니 미래에 대한 불안도 크다. 분노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2018년 영국 BBC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에 의뢰해 조사한 '분열된 세상'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응답자 77%는 분열됐다고 했고, 55%는 10년 전보다 더 그렇다고 했다. 조사 대상 27개국 평균은 각각 76%, 59%였다. 한국의 사회갈등 요인을 보면 정치적 견해(61%), 빈부격차(44%), 세대(25%), 젠더(24%) 등이 두드러졌다.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니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은 머지않았다. 코로나가 준 숙제를 풀면서 그날을 맞아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빠른 시대를 살아왔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국 중 가장 먼저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도달, 민주화도 일군 나라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더 분열됐다. 우리도 모를 빠른 속도로 달려가며 놓아버린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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